대학생 때의 일이다.
잠시 몸 담았던 동아리방이 있었는데, 그 옆에는 합창 동아리가 방을 쓰고 있었다. 실력이 썩 좋다고는 할 수 없었는데, 매일 같이 연습을 했다. 하루는 동아리 방에 있던 선배가 소음 아닌 소음에 지쳤는지 저 동아리 빨리 어디론가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빨리 실력이 좋아지길 바래야죠 뭐”
평소에도 가끔 피아노 층간소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생각했던 것이어서 무심결에 저렇게 답했던 것 같다. 지금은 음 이탈도 많고 소음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나중에 실력이 좋아지면 공짜 공연과 연주를 매일 같이 들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나중에 세계적인 연주자가 되면 오히려 연주를 기다릴지도 모를 일이다. 윗집에 어린 시절 조성진이 살면서 연습하고 있다고 상상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누구에게나 실력을 다듬는 시간은 필요하고, 그것은 회사에서든 밖에서든 마찬가지다. 더 나아지려고 노력 중인 사람이라면, 지금 실수를 하고 있다고 해서 크게 화나는 일은 아니다. 빨리 성장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게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내게도 분명 이런 순간들이 있었겠지. 이 자리를 빌어 ‘저거 언제 사람되나’하며 인내하고 가르쳐준 나의 사수들, 인생 선배들에게 감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