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일상과 생각

운수 좋은 날

‘운수 좋은 날’이란 제목은 너무나 유명한 한국의 단편소설을 떠올리게 하지만, 결말이 혹시 나쁜 것은 아닐까 경각심을 갖게 되기도 하지만, 오늘을 설명하는 제일 좋은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내가 현재 타는 자동차는, 예전에 아버지가 중고로 구입하셨던 소나타이다. 차는 아직 제법 잘 달리지만 아쉬운 면이 없지는 않고, 이래저래 나도 내 명의의 차를 슬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늘은 마침 오후에 큰 일정이 없어, 여자친구의 일정이 끝나면 같이 한 브랜드의 인증 중고차 매장을 들려보기로 계획을 잡았다.

그렇게 방문한 매장.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다. 직원들이 여럿 밖에 나와서 방문하는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저번에 한 번 재미삼아 들려봤을 때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오늘은 무언가 특별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

매장을 대강 둘러보다가 “그런데 오늘 뭔가 이벤트가 있나요?” 하고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웬걸, 오늘 전기차 시승 행사가 있는 날이라는 것이다. 기존 고객들을 초대해서 진행되는 행사지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그렇다면 안 타볼 수 없지!

10~15분 정도?로 간단하게 근처를 시승해보고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전기차 특유의 묵직함과 가속력을 잘 느껴볼 수 있어서 재밌는 시승이었다. 회생제동이 자연스러워서 일반 차를 모는 것 같은 편안함이 좋았다(그래도 브레이크를 밟고 있을 때 마지막에 살짝 이질적인 느낌이 들긴 하더라). 하지만 main car로 쓰기에는 살짝 아쉬웠는데, 좁은 트렁크 공간과 2열 공간 때문에 fun car의 느낌이 좀 더 강했던 것 같다. 지붕은 유리로 된 파노라마 루프였는데, 요즘 날씨를 감안해도 햇볕이 들어오는게 조금 느껴졌으니, 여름에는 진짜 고생하겠다 싶었다. 그래도 엑셀을 밟았을 때의 즐거운 가속감은 잊을 수 없을 듯 하다.

뜻밖의 재밌는 시승체험을 하고 난 뒤 동네 푸드마켓으로 향했다. 와인코너가 잘 되어 있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최근 가구 살 때 도움을 준 친구에게 답례품을 하나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적당한 가격의 샴페인을 하나 집었다. 근데 옆에 있던 직원이 “혹시 괜찮으시다면 다른 (좀 더 고가의) 샴페인을 제가 할인가로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이 있으실까요?” 하고 제안을 해주시는게 아닌가! why not!? thank you so much!! 그렇게 덕분에 같은 가격에 더 훌륭한 답례품을 준비할 수 있었다.

오늘은 정말 무슨 날이었을까? 기대없이 방문했던 곳에서 뜻밖의 좋은 체험을 할 수 있었고, 그 다음 방문했던 곳에서도 뜻밖의 좋은 제안을 받았다. 오늘은 이대로만 마무리하자. 운수 좋은 날로!!!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