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소개로 한참 다니던 미용실이 있다. 압구정 로데오에 위치하고 있는 그곳은 한때 친구들을 모두 거기서 만날 정도로 자주 가던 곳이었다. 하지만 다들 생활반경도 달라지고 해서 예전만큼 자주 가지는 못해왔고, 더불어 나도 송파구에서 수지로 이사한만큼, 특별히 서울쪽에 일이 있지 않으면 머리하기 위해서 거기까지 가는 것이 부담이 되어버린 그런 곳이었다.
한동안 동네 미용실을 이용하고 있던 와중에, 압구정 미용실 선생님에게 카톡이 왔다. 친구 중에 한 명이 결혼을 곧 하기에 오늘 미용실로 오는데, 나는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말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수술하고 몸은 어떠신지요? 다음주 xx씨 결혼식이라 생각나서 문자 드려요.
나: 감사합니다~ 아직 재활 열심히 하고 있어요 ㅠ 그래도 조금 있으면 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 어휴 힘드시겠다. 결혼식은 참석하세요? 오늘 xx씨 오신다고 해서 저는 못 가고 미리 축하해주는걸로 ㅎ
나: 그렇군요 ㅠ 결혼식은 가야죠~ 결혼식 때 같이 뵈면 좋을텐데 아쉽네요.
선생님: 그러니까요 ㅠ 머리는 요즘 어때요? 머리 정리하고 결혼식 가셔야할텐데~
나: 아쉬운대로 근처에서 정리하고 가려구요 ㅠ
그리고 이렇게 대화는 종료되었다. 뭐지? 내가 다른데서 머리를 정리한다는 말에 바로 대화가 종료된건가? 아쉽다고 다음에 보자는 말 정도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냥 종료되어 버리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조금 실망스러웠다.
내가 남들에게 호의를 베풀었을 때, 남들도 내게 잘 해주는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잘 해줬는데도 돌아오는게 거지 같으면 손절해야지. 그런데 내가 남들을 서운하게 했을 때의 반응은 그 사람이 날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좀 보여주는 것 같다. 내가 더 이상 그 사람의 이득이 아닐 때, 내게서 얻어낼 것이 없다고 보일 때 보이는 행동이 결국 날 그 자체로 좋아했던 건지, 나의 다른 것을 좋아했는지를 구분짓게 해준다.
내가 그냥 오해한 것이었으면 좋겠는데, 한동안 이 오해가 풀릴 일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