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클럽하우스’라는 음성기반 SNS가 한 번 확 달아올랐던 적이 있었다. 나도 회사 동료를 통해 가입하게 된 후 지금까지도 종종 들어가서 라디오처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어제는 문득 주변에 ‘문과’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느꼈다. 그동안은 그나마 경제쪽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숫자를 이야기하고, 분석하고, 계획을 세우고 하는데 머리를 썼는데, 글쓰기에 대한 것, 프롤레타리아와 초자아, 인간의 본질과 욕망 등 좀 더 문과에 깊이, 심층적으로 다가가 있는 사람들의 비중도 꽤나 높아졌다. 그 중 몇몇 분과는 인스타그램을 서로 팔로우하며 소통하고 있다. 낯선 사람들과 몽글몽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블로그 초창기 때가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오늘 이야기를 나눈 사람은 제주도에 있었다. 조금 찾아봤더니 제주에서 4~5년째 살고 있는 듯 하다. 지금 제주에는 꽃이 한창 피었고, 5월이 초록초록하다는 말을 해주었다. 제주에 갑자기 가보고 싶어졌다.
생각해보면 내 첫 여행도 그런 식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블로그에서 알게 된 분이었는데 일본에 있었고 축구를 좋아했다. 그것만으로도 일본을 여행지로 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막상 여행을 가서는 연락을 하지도 않았고 만나지도 않았지만.
낯선 사람을 만나러 가는 여행을 생각하니, 넷플릭스에서 봤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란 영화가 생각났다. 제목이 독특해서 궁금했던 영화였는데, 거기서도 편지(이메일이 아니다!)를 통해 알게된 낯선 사람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묘한 설렘과 긴장감, 호기심이 뒤섞인 여행을 떠나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신나는 일이다.
5월의 제주도 티켓은 얼마일까, 자리는 많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