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분실 사건

Update

– 10/5 사건 발생

– 10/15 진행상황 업데이트. 연락시 누가 연락했는지에 대한 정보 추가.

– 10/16 사건 해결!

– 10/20 해결된 상황 업데이트 


단순 해프닝으로 지나갔으면 좋았을 일이, ‘사건’이란 단어를 붙이기에 아깝지 않은 일로 커져가고 있는 것 같다. 일의 흐름과 대응했던 방법을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시간순으로 정리할 예정이며, 추가되는 경우 상단에 이력을 남기고 글은 시간순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그럼 시작!

#0 사건의 시작 – 토요일 새벽 2시 30분경

금요일 밤이었다. 회사 동료들과 모처럼 술자리를 가진 날이었다. 비오는 날이었기에 막걸리 집에서 1차를 즐겁게 마무리 하고, 2명이서 근처로 2차를 갔다. 내가 사용하던 우산은 가격대가 있는(판매가 95,000원) 우산이었기 때문에, 잘 챙기기 위해 우산을 자리로 가져가 내 옆에 두었다(1차로 갔던 곳에서도 옆에 두었고, 잘 챙겨나왔다). 메뉴판과 물을 받는데 점원이 우산을 앞쪽에 보관해 두겠다고 했다. 사람이 막 붐비는 상황도 아니었고, 또 보관해주겠다니 순순히 우산을 맡겼다. 두어 시간이 지나자 마감시간이 되어 결제를 먼저 했고, 조금 더 앉아 있다가 다시 한 번 마감시간이 되었다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려는데 내 우산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았고, 점원도 그 사실을 알아챘다. 연락처를 남겨주면 CCTV 확인 후 조치를 취해 주겠다는 말에 연락처를 남기고 가게의 우산을 하나 얻어 집으로 돌아왔다.

#1 첫번째 연락 – 나 -> 가게. 월요일 오후 8시경

주말이 지나 월요일 저녁이 되도록 가게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가게 정보를 검색해보니 일요일이 휴무여서 시간이 모자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뭔가 그래도 연락이 있어야 하는것 아닌가? 이야기를 들은 동생의 성화에 네이버에서 찾은 가게 번호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우산 분실 때문에 연락을 했다고 하니 바로 알아채고는 죄송하다는 말을 연거푸 하였다. 어떤 손님이 그랬는지 참 곤란하게 됐다며 서로 적당한 위로의 말을 주고 받았다. CCTV를 확인해서 다시 찾아보긴 할텐데, 우산을 구매할 수 있는 링크를 보내주면 조치를 취해준다고 했다. 내가 가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건 상황이었기에, 그럼 링크를 어떻게 보내드리면 될까요 물었더니 휴대폰 번호를 불러주려고 했다. 어차피 가게에 남긴 내 번호가 있으니, 그리로 문자를 보내주면 링크를 보내주겠다는 걸로 통화를 마쳤다.

우산을 원래 구매했던 곳은 품절이었지만,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아직 구매가 가능해서 양쪽의 링크를 보내주고, 배송받을 집 주소를 함께 보내주었다. 가게에서는 이때 우산의 가격을 처음 알았을 것이다. 사건 당시에는 나도 우산 가격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상황이 아니었고, 나중에 다시 구매할 수 있는지 찾아보고 난 뒤에야 정확한 금액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링크를 보내주니 CCTV를 다시 한 번 확인해보겠다는 답장이 왔고, 혹시 다시 구매해서 배송해주게 되면 알려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이 날의 대화를 마쳤다.

#2 두번째 연락 – 나 -> 가게. 목요일 오후 3시

화요일은 휴일이었고, 수요일은 평일이었다. 이틀이 지나 목요일 오후가 되었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진행 상황이 궁금해서 월요일에 문자를 주고 받은 휴대폰 번호로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려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남겼다.

#3 세번째 연락 – 나 -> 가게. 목요일 오후 8시 25분

저녁 시간이 되도록 답장이 없어 전화를 걸었다. 우산 때문에 연락 드렸다 말하니 영업시간이라 잠시 후에 다시 전화를 준다고 하였다. 잠시 후면 언제를 말씀하시는 거냐 물었더니 지금 영업중이란 말을 다시 한다. 그럼 영업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거냐 물으니 잠시 후에 다시 걸겠다는 말을 다시 한다. 대략적인 시간이라도 말씀 달라 하니 9시 전에 다시 연락 드리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기다렸다. 1분도 채 되지않아 바로 전화가 걸려오다가 벨이 한 번 울리고는 끊기길래, 실수로 걸린건가 하고 넘겼다.

20분 뒤에 다시 전화가 걸려왔고, 신호가 몇 번 울린 뒤에 전화를 받았다. 아까 내가 전화를 안 받아서 지금 다시 전화를 드렸다며 생색을 한 번 낸다. 그에 대해 별말 안하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거냐 물으니, 보안업체에서 내일 방문해서 CCTV를 확인할 예정이니,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게 대략 언제쯤일지 물었더니 확답하지 못하길래 그럼 보안업체에서는 몇 시쯤 오기로 했냐고 물었다. 오후 5시쯤 오기로 했다는 말에 알겠다는 말로 통화를 마쳤다.


일단 여기까지가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날이 바뀌었으니, 이제 오늘 밤이 되면 사건이 벌어진지 1주일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가게는 대체 무엇을 했던걸까? 보안업체와의 일정 조율이 늦어져 내일이 되어야 업체가 방문할 수 있었다? 만약 애초에 그런 상황이었으면 그런 사실을 나에게 인지시켜야 했다. 1주일이 되도록 내가 들은 것은 조치를 취하겠다, CCTV를 확인하겠다 는 말은 있었지만 조치를 취했는지, CCTV는 확인 했는지 그 어떤 것도 듣지 못했다. 답답해진 마음에 먼저 연락을 한 뒤에야 정보를 들을 수 있었고 그 과정도 깔끔하지는 못했다.

CCTV를 확인한 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지 예상해 보았다.

가정 1. 우산을 가져간 사람을 찾았고, 가게에서 아는 사람이다.
=> 아는 지인이 가져갔다면, 그 사람에게서 우산을 받고, 그걸 다시 나에게 보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당히 시간을 잡아먹을 것 같은 일이다. 가져간 사람으로부터 우산을 받는데 또 시간이 하염없이 걸리기 시작하면 스트레스가 또 심해질 것 같다.

가정 2. 우산을 찾지 못했다. 모르는 사람이 가져갔거나 확인할 수 없었다.
=> 가게에서 우산을 다시 구매해서 배송해 주거나, 우산의 금액을 입금해주는 해결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가장 빨리 해결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가정 3. 시시비비를 따지기 시작한다.
=> 정말 피곤해지는 상황이다. 내가 잃어버린 우산이 그 우산이 맞는거냐부터 시작해서 온갖 트집이라거나, 딴지를 거는 상황이다. 제일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 한 곳에서 이런 일이 생기고, 또 질질 늘어지고 있는 것이 영 불편하다. 아무쪼록 깔끔한 편에서 마무리 되기를…


#4 네번째 연락 – 가게 -> 나. 금요일 오전 10시 40분경

오전에 왠일로 먼저 연락이 왔다. ‘카드사에 말해두었다. 이번주까지 늦어진다면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카드사에 대체 뭘 말해두었다는건지 궁금했다. 보안업체와의 확인은 5시라고 하지 않았던가? 무슨 의미인지 물어보았다. “카드회사에 정보를 받아야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라는 답이 왔다. 재차 물었다.

나: “그러니까 가져간 사람을 찾았고, 그 사람이 결제한 정보로 카드회사에 문의했다는거죠?”
가게: “네네”

무슨 설명을 이렇게 하나… 어쨌든 이번주까지 뭔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카드사에서 고객 정보를 쉽게 주려나?란 생각에 늦어질 것을 대비해서 계좌번호를 미리 알려주었다. 뭔가 업데이트 되는 상황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말과 함께.

#5 다섯번째 연락 – 나 -> 가게. 월요일 오후 6시

입금된 내역도 없고, 연락도 없다. 진행상황을 묻는 문자를 남겼다.

#6 여섯번째 연락 – 나 -> 가게. 월요일 오후 8시 30분

문자에 대한 답장이 없어 전화를 걸었다. 주말이 껴있어서 카드사에서 확인이 늦어진다며 내일까지 알려준다 하였다. “아니 내일이면,” 하는데 “내일 점심까지 알려 드리겠습니다”하며 빠르게 마무리 한다. 욱하는 마음 한 번 참고 끊었다. 내일 대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근데 아니 대체 왜 매번 내가 연락해야하는건데?


#7 일곱번째 연락 – 가게 -> 나. 화요일 오후 12시 13분

점심때 연락을 준다더니 맞춰서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라고만 왔길래 무슨 말을 하려나 하고 기다렸더니 말이 없다. 내가 답장을 하자 그제서야 내용을 이어갔다. 카드사를 통해 정보는 받았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내게 입금하고 연락을 준다고 했다. 드디어 해결되나 싶다가도 언제 입금해주려나 싶어 바로 입금해주냐고 물었다. 그렇다는 말에 잠시 기다려봤는데 소식이 없다. 미리 알려준 계좌로 95,000원을 입금하면 된다고 문자를 보냈다.

#8 여덞번째 연락 – 나 -> 가게. 오후 2시 50분

점심을 먹고 회사일을 하다가 잠시 조회해봤는데 아직 입금되지 않았다. 바로 입금해준다고 하지 않았나? 아직 입금되지 않았는데 언제 할 예정인지 문자로 물어보았다.

#9 아홉번째 연락 – 나 -> 가게. 오후 6시 44분

마지막까지 진상이다. 이젠 화도 났다가 안 났다가 한다. 저녁 시간까지 입금도, 소식도 없어 전화를 걸었다. 보안카드를 안 가져왔다며, 오늘 안으로는 꼭 입금하겠다 한다. 기대가 없어서 그런지 화도 안 나서 알겠다고 했다. 답장을 못 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 같았다가 내가 그냥 알았다 하니 말을 중단하고 통화를 마쳤다.

#10 열번째 연락 – 동생 -> 가게. 7시 15분경

동생이 아직도 안 받았냐며 내게 물어보다가, 내가 좋게좋게 얘기하니까 질질 끈다며 동생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 옆에 있지 않아 그 사실을 몰랐다가, 통화가 끝나고서야 나에게 카톡으로 알려줬다. 동생이 전화해서 대판 싸웠다고 했다.

자세한 과정은 모르겠지만 동생이 중간에 말을 끊고 전화를 끊자 다시 전화를 걸어와서는, 기분 나쁘게 왜 끊냐, 소송 걸려면 걸어라, 신고하려면 해라,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배상 안 할 책임 찾을거다, 그냥 가만히 기다리면 줄텐데 왜 그러냐 이런 식의 말들을 했나 보다. 아니 내가 그동안 다 참아줬는데 동생이 한 번 성낸 걸로 이런 말들을 할 처지인가? 다신 상종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11 해결!! – 오후 7시 21분

드디어 가게에서 입금을 해줬다. 동생이 전화한 후 바로 넣어주니 역시 진상을 부려야 일이 빨라지나란 생각을 안 할 수는 없더라.


아오 지긋지긋 했다. 사건 당일 우산을 잃어버린 것 외에는 나름 괜찮은 시간을 보냈던 곳이라, 이번 일이 잘 마무리 되면 다시 찾아갈 생각도 있는 곳이었다. 근데 연락처를 남겨도 연락이 없어, 문자를 남겨도 답장이 없어, 해준다는 일도 소식이 없었다. 그나마 전화는 그래도 잘 받아서 다행이었다. 이 과정을 지켜본 내 주변인들은 그 가게는 절대 안 간다며 치를 떤다. 무슨 사회 초년생도 아니고 대응을 이딴 식으로 하는지 원… 결국 씁쓸한 뒷맛이 남는 마무리였다.

[영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 영화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이야기는 been이란 앱에서부터 출발한다.

been은 그동안 다녔던 여행지를 기록하는 앱인데, 여행했던 국가들을 기록하면 세계의 몇 %를 여행했는지, 유럽은 몇 %인지, 아시아는 몇 %인지 등을 알려주는 앱이다. 그 리스트에 바로 ‘건지 섬’이 있었다. 건지 섬이 대체 어디지?하고 찾아봤더니 영국 아래에 있는 영국령의 작은 섬이었다. 그걸 보더니 옆에 있던 엄마가 “아, ‘건지 무슨무슨 북클럽’이라는 영화에서 나왔던 건지가 바로 여기였구나”라고 말한 덕분에 영화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검색을 통해 이 영화의 정확한 이름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란 걸 알게 되었고,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이 영화가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 없지. 바로 넷플릭스 시청 ㄱㄱ.

영화엔 익숙한 얼굴들이 있었다. <베이비 드라이버>의 여주인공 릴리 제임스가 여기서도 주연을 맡았고, 남주인공은 낯이 익다 싶었는데 <왕좌의 게임>에서 다리오 나하리스 역을 맡은 배우였다! 모두 좋아하는 배우들이어서 그런지 더 즐겁게 영화를 감상했던 것 같다.

영화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21세기 오만과 편견? 영국이란 배경과 로맨스 요소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건지 섬은 2차대전 때 영국에서는 유일하게 독일군의 점령을 받은 지역인데, 이로 인해 펼쳐지는 이야기에서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생각나기도 했다. 우리나라로 배경을 바꿔서 영화를 만들어도 될 것 같은? 그럼 건지 섬은 울릉도 정도로 바꾸면 딱일 듯.

영화는 영국의 역사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파고 들며 흥미진진하게 흘러갔다. 북클럽 회원들 간의 관계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던걸까를 조사하는 과정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해주었던 것 같다. 원작 소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편지를 주고 받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너무 두껍지 않으면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

★★★

미완성의 사람

완성된 사람이 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영화도 잘 보고,

혼자서 밥도 잘 먹고,

혼자서 외롭지도 않고,

그런 사람은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다.

함께하는 누군가로 인해 완성되는 사람,

그걸 위해 부족한 부분을 살짝 남겨 놓기로.

[책] 만약은 없다. 남궁인

남궁인 저자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이 글 덕분이었다. 몇 개의 글을 더 읽으며 이분이 응급의학과에서 일하고 있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바쁜 일과 속에서도 업데이트 되는 블로그가 신기했고, 술술 읽히는 문체에 감탄했다. 그러던 중 출판 소식을 알게 되었던 것을 이제서야 읽었다. 어느새 두 번째 책도 나왔더라.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었다. 전반부는 죽음에 관하여, 후반부는 삶에 관하여. 책을 다 읽은 뒤 들은 생각은 이 구성에 대해 아쉽다는 생각이었다. 책 속에 담긴 죽음들은 꽤나 묵직했고, 삶은 다소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전반부는 묵직한 내용들을 연속해서 지나와야했기에 다소 부담이 있었다. 죽음과 삶을 교차하는 방식이었다면 좀 강약조절이 되지 않았으려나.

책은 그간 저자가 목도한 삶과 죽음의 모습들을 담담한 마음으로, 유려한 문체로 풀어놓았다. 오늘도 응급실 안팎에서 삶과 죽음과 싸우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봉황당을 다녀오다

서울 리버풀 팬들의 성지, 봉황당을 다녀왔다. 원래 콥(The Kop, 리버풀 FC 서포터즈를 부르는 말)은 아니지만, 경기 일정에 토트넘 vs. 리버풀 20:30 을 보자마자 이 경기는 왠지 여기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홍대까지 발걸음을 옮겼다(잠실에서 리버풀 레전드들과 함께 경기를 볼 수 있었다는걸 안 건 나중의 일 ㅠㅠ).

경기가 시작되기 3시간 전인 5시반쯤 미리 홍대에 도착했다. 인원이 꽉 차면 입장이 제한된다는 말에 1.5~2시간 쯤 전에는 입장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만화방에서 1시간 정도 보내고, 약간 길을 헷갈리고 나니 7시쯤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리버풀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아이템들이 입장하기 전부터 설레이게 만든다. 벌써부터 테이블석은 꽉 찼고, 경기가 중계될 프로젝터 화면 앞도 거의 만석이다. 직원이 간단히 이곳의 시스템을 설명해주었다.

  • 입장료: 15,000원 – 맥주 2병 제공. 한 병은 바로 내주고, 나머지 한 병은 쿠폰과 교환
  • 스탬프: 팔에 찍어주는 스탬프로 추후 입장료 없이 재입장이 가능하다.

7시반 정도가 되자 더 이상 발디딜 틈이 없어지고 입장 제한이 시작되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테이블석에 앉은 사람들은 오픈시간(18:00) 전부터 가다린 사람들이라고.

브릿팝 콘서트가 상영되던 화면은 8시 30분이 가까워지자 스포츠 채널로 변경되고, TV 화면을 제외한 모든 조명이 꺼졌다. 이제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려는 순간이다. 아시안게임을 뛰고 온 손흥민은 역시나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었고, 리버풀의 선발 라인업이 발표되는 순간 여기저기서 박수가 나온다. 그래 여긴 리버풀펍이지.

손흥민이 나올 때 야유를 들을 수 있는 곳은 서울 내에서는 이곳밖에 없을거다 ㅋㅋㅋ. 경기는 초반 세트피스로 득점에 성공한 리버풀이 리드를 잘 지켰고, 토트넘도 후반 손흥민의 투입과 함께 승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결국 2:1로 리버풀의 승리로 종료되었다. 손흥민의 폼이 썩 괜찮은걸 보니 다가올 챔피언스리그 경기도 기대가 된다. 리버풀의 단단함은 역시 이번 시즌 우승을 노리는 팀 다운 면모가 느껴졌다.

경기가 끝나고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간 뒤 여유롭게 마저 펍을 둘러보고 나오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다음엔 테이블석을 노려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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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과 탈압박

회사 이야기지만 축구 이야기로 시작해본다.

현대 축구에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압박과 탈압박일 것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강하게 압박하는 팀과, 그것을 이겨내거나 흘려내며 원하는 플레이를 유지하는 팀의 싸움. 탈압박하는 쪽에서는 특히 미드필더들의 탈압박 능력이 중요하다. 상대 선수가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몸싸움을 걸어오는 순간에도, 자신의 공을 잘 지키고 원하는 곳에 패스를 보낼 수 있는 능력 말이다.

편안한 상태에서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공을 보내는 능력은 프로 수준의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 위대한 선수들은 아무리 거친 환경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편안할 때나 폭풍이 칠 때나 자신의 플레이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진정한 탈압박 능력이 아닐까 싶다.

이제 운동장에서 사무실로 시선을 옮겨보면, 여기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다. 여유있는 일정과 자금 속에서 제품을 만드는 일은 매우 이상적인 상황이지만, 그런 상황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촉박한 일정 속에서 계획은 계속 바뀌고, 그 와중에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더 많을 것이다. 이 단계가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압박을 이겨내고 자신의 플레이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가치는 결국 누구나 알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라오스 여행 경비 정산

지난 6월, 조금은 이른 여름 휴가로 라오스를 다녀왔다. 1주일간 라오스에서 지내는 동안 사용한 경비들을 모아 정리해보았다. 라오스는 2인으로 다녀왔고, 개인 경비와 공동 경비를 나누었으며, 한국에서 미리 결제한 건과 현지에서 결제한 건이 있었다.

항공편

항공편은 모두 한국에서 미리 결제하였다. 비엔티엔으로 IN-OUT 하는 일정이었고, 비엔티엔에서 루앙프라방으로 이동할 때에는 로컬 항공사를 이용하였다.

인천-비엔티엔(왕복), 티웨이항공: 281,940원.
비엔티엔-루앙프라방(편도), 라오 스카이웨이: 39,426원.

환전

환전은 USD로 먼저 환전한 뒤 라오스 공항의 환전소를 이용해 LAK(라오스 킵)로 환전하였다(국내에서는 바로 LAK로 환전이 불가능하다). USD로 환전할 때는 동행이 신한은행 SOL 환전을 이용하여 대신 환전해 주었다.

넉넉하게 500 달러를 예산으로 잡았는데 절반 정도만 사용하고 돌아왔다. 처음에는 200 달러를 환전해서 개인 + 공동 경비로 쓰고 모자랄 때는 시내에서 추가로 환전해서 사용했다. 내가 최종 사용한 달러는 240 달러.

540,000 KRW -> 500 USD
200 USD -> 1,667,000 LAK

국내에서 환전한 금액과 비엔티엔 공항에서 첫 환전했던 금액.

경비 정산

개인 경비와 공동 금액을 합친 뒤 인당 소비한 금액으로 나누었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했던 숙박비도 LAK로 계산하여 포함하였다.

식비에는 아낌 없이 투자한 편이어서 ‘식비’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중간중간 마신 음료와 커피는 ‘간식’에 포함하였다. 투어 비용과 입장비, 마사지 비용은 모두 ‘여행’에 포함하였고, ‘기타’에는 화장실 이용료(2,000 LAK) 등이 포함되었다.

항목금액(LAK)비율
숙박902,24132.53%
식비554,50019.99%
기념품434,00015.65%
교통295,00010.63%
여행275,0009.91%
167,5006.04%
간식93,5003.37%
통신25,0000.90%
기타21,2500.77%
6,0000.22%
합계2,773,991

마치며

이미 라오스는 예전보다 많은 관광객들(특히 한국인들)로 인해 물가가 많이 올라간 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비해서는 무척 저렴한 물가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부자가 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라오스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대중적인 교통수단인 툭툭을 이용할 때나 루앙프라방의 야시장을 방문할 때에는 바가지를 조심해야겠지만.

[영화] 미션 임파서블:폴아웃(Mission: Impossible – Fallout)

오래간만에 쓰는 영화 리뷰. 미션 임파서블의 최신 시리즈 폴아웃을 보고 왔다. 우선 이번에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준 제작진에게 박수 👏

보고 나서 느낀 점은 ‘와 역대급 스토리였다’. 지금까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들로 구축한 캐릭터들을 적절히 잘 소비한 최고의 시나리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엔딩씬에서는 뭉클하기까지. 시리즈가 계속 될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시리즈란 이런게 아닐까. 톰형은 나이를 잊게 할만큼 여전히 잘 달리고, 갖은 고생을 하며 동료들과 함께 세상을 구한다. 그래 미션 임파서블은 이런 영화지.

여행지의 발견과 소비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을 여행중이다. 관광객들을 통해 수입을 창출하는 이들이 꽤 많아 보인다. 이미 많이 변해버렸다는 라오스. 문득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어떤 여행지가 ‘발견’되고 그것이 전파되고 유행이 되는 흐름은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그곳이 메인스트림을 타게 되면, 사람들은 너무나 관광산업적으로 변해버린 곳에 실망을 하고 또 다시 새로운 곳을 ‘발견’하러 찾아나선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걸 알면서도 한 편으로는 슬픈 생각이 든다.

한 도시 내에서 이루어지는 ‘젠트리피케이션’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새로운 곳이 ‘발견’되면, 사람들은 유행처럼 모여들고 대기업이 진출한다. 높아진 집세에 원래 그 거리를 이루었던 사람들은 떠나고, 사람들은 또 새로운 곳을 발견하러 떠난다. 그나마 여행지가 좀 더 나은 점이 있다면 대기업이 진출하는데는 훨씬 시간이 걸린다는 점일까?

많은 여행작가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발견한 장소를 홍보하는데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여행작가의 본분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글들도 꽤 많이 보이니까.

잠시 머물다 갈 뿐인 여행자로서, 최대한 현재의 모습을 존중하고 적은 영향을 주는 선에서 여행을 마치기를.

회사에서 빡친 일

오늘 평소에 흔치 않게 빡친 일이 회사에서 있었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 좋은 소식이 아니어서 신경이 쓰이지만 블로그 업데이트 하려는 타이밍에 사건이 발생해주셔서 쓰는 글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팀원 A가 갑자기 메신저로 말을 걸더니 서비스 중인 게임의 기능 중 하나를 PM님이 개선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기획+개발 인원이 모두 들어가있는 채팅방 외에 다른 방에서 이루어진 대화라 나는 알 수 없는 대화였다. 실제로 업무를 진행할 때에는 기획+개발이 있는 방에서 다시 공론화 되겠구나 하고 일단 알아둔 채로 넘겼다.

시간이 얼마쯤 지난 뒤, 주로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멤버들이 있는 채팅방(나도 들어있음)에 PM님이 글을 올렸다. ‘이러저러한 이슈가 있어서 개선이 필요한데, 서버 수정으로 가능해보이고 A, B 일정으로 진행중이다’라는 내용이었다. 관련 컨텐츠를 개발한 팀의 팀장은 나인데, 나는 ‘서버 수정으로 가능하다’란 의견을 주지도 않았고, A, B 일정도 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바로 그 의견은 저를 통해 나온 의견이 아니란 내용을 채팅방에 남겼다. 그런데 몇 분 뒤 그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없이, 퍼블리셔 측과 의논한 결과 B 일정으로 진행될 것 같다는 내용만이 채팅방에 업데이트 되었다. 여기서 제대로 1차 빡이 왔고, 나 말고 누구와 진행중이시냐며 명확하게 문제점에 대한 언급을 했다. 개발 담당자와 직접 얘기했다는 말에 앞으로는 저와 진행해달라는 말로 우선 마무리를 했다.

하지만 2차로 빡친 상황이 찾아왔다. 팀원 A와 PM님 등 게임 내 헤비유저들이 있는 방에 나를 비롯해 일정 얘기하는 방에 있던 몇몇 사람들을 초대한 것이다. 이미 채팅방이 여러개로 파편화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기서 이런저런 게임 내 얘기하는건 상관 없지만 작업 진행할 때는 공식적인 ‘기획+개발’ 채팅방이 있으니 이쪽에 말해달라는 의견을 남겼다. 하지만 결론은 그 방을 유지하고 새로 초대된 사람들이 귀를 그 방에도 열어두는 쪽으로 정리되었다. ‘너의 말이 맞지만 우린 바꾸지 않을테니 너가 바꿔라’란 식의 결론이어서 2차 빡침이 제대로 왔다. 바깥에서 수십분간 바람을 쐰 뒤에야 다시 마음의 평화를 찾고 사무실에 돌아갈 수 있었다.

평소에 이렇게 빡치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았기에 몇몇 사람들이 개인 메신저로 다독여주는 말들을 건넸다. 일찍 퇴근하고 밤 공기라도 쐬며 런닝을 뛰어볼까 했는데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이었다. 다가오는 휴일을 기다릴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