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서 잠시 여독을 푼 뒤, 밤의 항구를 산책하기로 했다. 혼자하는 여행이라 같이 술 마실 상대가 없지만, 항구의 풍경이 좋은 벗이 되어줄 것 같아서 간단히 술과 안주를 준비하고 도동항으로 향했다.
도동항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여행을 온 사람과 동네 주민들이 곳곳에 모여 각자의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돗자리에 모여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시던 동네 할머니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처럼 혼자 여행을 온 사람이 있나 둘러보았지만, 역시 그런 사람은 흔치 않은 것 같다. 예쁜 여성 두 분이 저 멀리서 술을 마시는 모습만 구경하며 독도쿠키와 맥주를 즐겼다.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났다. 혹시나 일출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멋진 석양을 본 것으로 위안을 삼고 아침의 도동항을 둘러보았다. 어제와 똑같은 장소인데,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이 재미있다.
[태그:] 오징어
어제는 살짝 맛만 본 태하(참고: 울릉도 둘레길을 걸어보자). 오늘 여행의 시작은 태하마을부터 하기로 했다.
Tip. 울릉도 여행은 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게 된다. 북동쪽 지역의 해안도로가 아직 완공되지 않은 탓도 있는 것 같다. 여행 일정을 잡을 때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일정을 잡는 것이 편리할 것 같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은 없겠지만.
검색해보면 태하마을 오징어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건조방법 같은 것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제일 맛있다고 하니, 오징어를 태하마을에서 많이 사가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피데기(반건조오징어)로 구하려고 했는데, 내가 여행했을 때(8월)는 피데기가 없는 철이라고 했다 ㅠㅠ 예전에는 이맘때 즈음에도 잡혔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온난화의 영향 때문인지 9월 10월이 넘어야 많이 나온다고 한다. 결국 고민 끝에 건조된 오징어로 20마리를 배달시키고 관광을 시작했다.
* 10마리에 27,000원씩 + 택배비 5,000원. 2~3일 소요
태하마을에는 관광 모노레일이 있는데, 경사가 꽤 심하지만 경치가 좋다고 해서 타보기로 했다. 모노레일 탑승장을 향해 걸어가는데, 저 멀리 동굴과 눈에 띄는 구조물이 보였다.
동굴은 가까이 다가가보니 벽이 붉은 황토로 되어 있었다. 완전 동굴은 아니었고 안쪽으로 파인 작은 공간이라고 하는게 바람직할 듯 하다. 붉은 암석을 구경하면서 아이스 커피를 한 잔 사서 마셨는데 제법 괜찮았다 ㅎㅎ. 옆에 있던 구조물은 해안산책로로 통하는 계단이었다. 빙글빙글 어지럽게 돌다보면 꽤나 괜찮은 경치를 만나게 된다.
어제 울릉둘레길을 열심히 걸었기 때문에, 해안산책로는 굳이 걷지 않았다. 너무나 길어보였기 때문에… 모노레일을 타러 back~!!
해안가에서 산 위로 올라가는 모노레일이기 때문에, 올라가는 경사가 대단했다. 꽤나 부드럽게 올라가서 불안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딱히 재미있지도…
* 모노레일: 왕복 4,000원
위에 도착하니 산책로가 나온다. 따라가다 보면 태하등대를 만나게 되는데, 울릉도의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명소 중 한 곳이다.
잠시 경치를 즐기고 있는데 등대에서 일하시는 분이 아이스박스를 들고 나온다. 잠시 테이블을 놓고 뭔가 준비를 하더니, 아이스박스를 남겨둔채 다시 등대쪽으로 들어갔다. 가까이가서 살펴보니, 셀프 매점을 차려놓은 것이었다. 아이스박스 안에는 시원한 얼음물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옆에는 자율적으로 돈을 넣을 수 있는 상자가 있었다. 물값은 단돈 1,000원.
울릉도 여행을 하면서 제일 놀랐던 것이 이런 부분이었다. 보통 관광지에서는 같은 물이라도 그것을 사는 위치에 따라 가격이 달라졌다. 비싸지만 어쩔 수 없지라면서 샀던 경우가 대부분. 그런데 울릉도는 그렇지 않았다. 원래 1,000원이니까 적어도 1,500원은 받지 않겠나 싶었는데, 어디서 사든지 일반 슈퍼에서 살 때와 가격이 똑같은 것이다. 이런 경험은 울릉도를 여행하는 내내 이어졌다. 참 순박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많다고 느껴졌다. 이래서 도둑 없는 울릉도라는 말이 나오는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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