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옆자리에 앉은 차장님이 하루마다 먹을 견과류를 주문하길래 같이 주문했다. 30봉지 주문해서 책상 서랍에 넣었더니 서랍이 가득찬다. 곡식으로 가득찬 곳간을 보는 농사꾼의 마음이 이런걸까? 마음이 푸근하고 든든하다.
‘지구별여행자’란 말은 들을수록 재밌는 말이다. 내 신분/직업을 지구별여행자로 정하는 순간 나는 이 세상에 여행 온 여행객이 된다. 치열하게 살 필요도, 이런저런 번뇌에 휩쌓일 필요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즐기면 된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먼 훗날 하늘로 돌아갈 때 참 즐거운 소풍이었다고 말하면 된다. 인생이 좀 빡빡하게 느껴질 땐 잠시 지구별여행자가 되는 것도 좋겠다.
요즘 블로그 방문 키워드를 살펴보니 ‘여자친구’가 1위다. 구글에서 검색해봤더니 놀랍게도 내 글이 블로그 부문 맨 위에 올라가있다. 다들 여자친구가 없어서 열심히 검색해보는구나 싶어 나도 잠시 함께 눈물을 흘렸다.
[태그:] 여자친구
친구 여자친구와의 만남
하려던 것의 목록은 많았는데 몇 가지만 집중적으로 했던 토요일이었다. 늦은 아점을 먹고 잠시 농땡이 피우다보니 어느새 3시. 자주 가던 미용실에 펌 예약을 위해 전화를 했더니 5시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친구, 친구 여자친구와 만나기로 한 시각은 7시. 원래 사진전도 보러 갈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너무 애매할 것 같아서 사진전은 일요일로 미루고 미용실로 향했다. 미용실은 코엑스에 있는 곳이었는데 코엑스에 가보니 1층에서 그림 전시를 하고 있었다. 사진전을 못 간 아쉬움을 이걸로나마 달랠 수 있었다.
Happy Spring Festival @ COEX, Seoul https://t.co/QRS7zn7HeZ
— Seunghyeon Gwak (@bulnak) April 13, 2013
펌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2시간이 훌쩍 넘는 대공사 끝에 완성! 머리 자체는 마음에 들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 처음엔 납득할만한 가격이었는데 어느새 슬금슬금 올라서 들으면 깜짝 놀랄 정도가 되었다. 얼른 다른 곳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약속 장소인 건대로!
내가 머리를 하고 있는 사이 친구 커플은 어린이 대공원에서 벚꽃보다 많은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사람들에 질려 건대 운동장에서 캐치볼을 즐기고 있을 때 내가 도착했다. 약속 장소를 건대로 잡은 이유는 불낙으로 유명한 개미집이란 곳이 있기 때문. 친구가 여자친구에게 꼭 소개해주고 싶다며 데려온 것이었다. 이곳 불낙의 매력은 친구 여자친구마저도 반하게 만들었다. 예전 회사 사람들도 한 번 데리고 온 적이 있는데 그 뒤로는 내가 없이도 알아서 찾아올 정도. 지금 쓰고 있는 아이디 bulnak도 여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ㅎㅎ
친구 여자친구와 만난 자리는 생각보다 즐거웠다. 좀 자제해야지 했던 술은 어느새 3차를 달리고 있었다. 친구는 내가 생각보다 말 잘한다며 놀랐고, 친구 여자친구는 말을 잘 들어주는 타입이라는 평을 내렸다. 내 머리를 보고 펌이 잘 됐다며 좋은 사람 만나기를 기원해주었다.
지난 금요일은 아무 약속도 없는 금요일이었다. 심심한데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이나 해볼까 고민하는 사이에 급 번개가 잡혔다. 예전 회사에서 같은 팀으로 동고동락 했던 형들과의 번개. 회사가 마치자마자 강변으로 달려갔다. 오랜만에 만난 두 형님과 친구 한 명, 그렇게 네 명이서 강변 고깃집에 모여 예전에 보냈던 시간들처럼 웃고 떠들었다. 요즘 바뀐 분위기는 어떤지 서로 물어보기도 하고, 각자 떨어져 지내느라 듣지 못한 변화들을 주고 나누었다.
어느덧 두 형님은 먼저 들어가시고, 친구와 함께 마지막 3차를 보냈다. 올해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친구. 휴대폰으로 친구 여자친구의 문자가 와있었다. ‘잘 논다?’. 그분을 안심시키고 분위기를 전환시켜야 하는 미션이 나에게 떨어졌다. 친구가 전화를 걸더니, 나를 바꿔준다… 즉흥적으로 몇 마디 나누었는데 어떻게 얘기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친구 반응을 보니 나, 잘했나보다(엣헴). 다음 토요일에 소개까지 시켜주겠단다.
생각해보면 친구 여자친구들을 본 기억이 몇 번 있었지만, 그동안은 친구들 여럿이 술자리를 하고 있다가 친구가 여자친구를 데려오며 소개를 받곤 했다. 이번처럼 소규모로 소개를 받는 건 또 처음이다. 그냥 편하게 나가면 될 자리인데 괜히 긴장이 된다… 아니, 잘 보이면 친구를 소개시켜 줄지도 모르니까 좀 더 노력해야할지도!? 이래저래 다음주는 두근거리는 토요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