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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수염

내게 수염은 늘 번거로운 존재였다. 기르는 습관도 없는데 어찌나 자주 면도를 해야하는지. 또 그 면적은 왜 이리 넓은지. 하지만 어느날 사촌형이 ‘나도 너처럼 수염 났으면 좋았을텐데’라는 말을 하고난 뒤부터, 수염은 내 자산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수염을 기른다는 것은 어쩐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리를 잡을 때까지의 과정이 꽤나 지저분해 보이고, 주변에서도 그다지 수염을 기르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3년쯤 전, 회사-집을 반복하는 사이클에 지쳐 ‘휴가 갈 때까지 수염을 길러보자’고 작정하고 1주일만 길렀을 때에도 어찌나 반대가 심하던지. 그나마 열 명 중 한 명은 괜찮다고 해주었다.(Thank you HJ)

그런데 최근엔 분위기가 살짝 달라진 모양새다. 주변에 수염 기른 남자들이 많아진 덕분일까? 가끔 일탈 삼아 한 주간 면도를 안 해도 더 길러보라고 권유해주는 사람들이 예전보다는 늘어났다. 가장 최근엔 2주까지 수염을 길러봤는데도 오히려 받아들여주는 분위기? 다음엔 좀 더 모양을 잡아가며 한 달쯤 유지를 해볼까 싶다. 첨엔 어색해도 보다보면 괜찮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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