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 년 살 나무를 자를 때는 나무의 휘어짐을 따른다고 한다. 휘어짐을 무시하고 직선으로 자르면 나무는 천 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고 한다. 누군가를 천 년 동안 사랑하려면 그의 휘어짐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가 그 사랑 안에서 살아 숨쉴 수 있도록 그의 굴곡을, 그의 비뚤어짐을, 그의 편협함을, 그의 사소한 상처와 분노와 아픔을 이해해야 한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휘어졌는가. 나의 휘어짐을 당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우리의 휘어짐은 서로를 내치는가, 아니면 받쳐주는가. …
– 천 년 동안. <생각이 나서> p.30 / 황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