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30대에 진입한지 얼마 안 되는 나이이긴 하지만, 나이듦에 대해서 한 마디 정도는 거들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공감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확실히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가슴 깊이 공감하지 못했던 것들이 지금은 좀 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수업을 들을 때 누군가 도저히 모르겠다고 말을 하면 그냥 노력이 좀 더 필요한거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한 번 겪어보고 나니까 이런 기분이구나, 이 정도로 답답함을 느끼고 내가 보잘 것 없게 느껴지는구나 알 수 있게 되었다. 실연한 사람들이 아파하고 힘들어 할 때, 시간 좀 지나면 또 새로운 사람 만나고 잘 될 거라고 위로해 줄 때에도, 그땐 얼마나 아픈지 공감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떤 실연은 그 사람의 모든 걸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그 흔한 위로의 말조차 해주기가 어렵더라. ‘괜찮아 다 잘 될거야’라는 말이 별 소용이 없다는 걸 알기에 이제는 그저 ‘그래 마음껏 울어. 울고 또 울고 다 털어내버려’라고 할 것 같다.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게 된 한 친구는, 우울증이라는게 본인 의지만으로는 해결이 안 될 수 있다는걸 깨달았다고 한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고(친구도 부정적인 생각이 끝없이 이어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심리치료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열심히 살아도 추락하는 경우가 있고, 대충 살다가도 벼락부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나머지는 그저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이 있는가보다.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경험들을 더 하게 되면 아마 공감할 수 있는 범위도 좀 더 커지게 되겠지. 그렇게 보면 나이든다는 것도 꼭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비록 체력이 작년보다 쉽게 떨어지고 비가 오면 몸이 좀 더 쑤시고 삐그덕거리는 관절도 늘어나긴 하지만 말이다. 그만큼 정신은 튼튼한 몸짱이 되어가는게 아닐까.
이쯤에서 보는 TED 영상 하나. 알랭 드 보통의 ‘보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공철학’.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상이다. (TED 쪽 영상은 뭔가 자막 싱크가 잘 안 맞아서 네이버 영상으로 넣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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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피곤한 금요일 밤에
요즘은 시력이 많이 떨어졌다. 하루종일 컴퓨터를 보며 일하는 것도 모자라 틈틈히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고 있자니 좋은 환경은 분명 아니렷다. 주말에 그나마 밖에 나가서 축구를 해주며 전자파와 멀어진 시간을 갖는게 유일하게 주는 휴식이 아닐까 싶다.
내일 토요일은 좀 돌아다니기로 했다. 머리도 일단 바꾸고! 오늘 친구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사온 ‘인생학교: 섹스’편도 읽어보련다(인생학교 시리즈 모두를 알랭 드 보통이 쓴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더라). 시간이 허락하면 우연히 알게 된 피터 린드버그 사진전도 가보고 싶다. 인터뷰한 내용을 보니 자연스러움과 관점을 중요시 하던데 그냥 예쁜 사진이 아니라 에너지가 담긴 사진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저녁에는.. 지난 글에 썼던 친구와 친구 여자친구와 만나러 건대로…
마침 동생(여)이 내 방에 들어오길래 ‘인생학교: 섹스’편을 샀다고 보여주었다. 동생은 뭐 이런 책을 사냐며 이론을 공부하지 말고 실전을 더 해보란다. 누가 남자고 누가 여자인지 모르겠다. 하긴 위에 쓴 내용을 쭉 읽어봐도 여자가 주로 할 만한 내용으로 보인다. 오늘 만난 친구도 내 페이스북 보니 초식남 같다고 하던데…
한편으론 회사에선 또 상남자란 얘기도 듣는다. 내 안에 수만가지 모습의 내가 있고 상황과 장소에 따라 다른 녀석들이 밖으로 뛰쳐나가는가보다. 결국 그래도 나라는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하나다. 제일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는 한결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