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그림을 구입한 일이 있었다. soya님의 Ways of Drawing: Beer Bottles 전시에서였는데, 첫 전시일에 구경 갔을땐 수많은 그림들 중에 무얼 고를까 망설이다 막차시간에 쫓겨 고르지 못했고, 전시 마지막 날에도 여전히 남은 것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느라 오래 걸렸다. 긴긴 고민 끝에 고른 작품이 이것. 전시에는 처음 보는 맥주가 굉장히 많았는데, 그나마 마셔본 경험이 있는 BALLAST POINT를 골랐다. 병속 로고도 마음에 들고(카우보이 비밥의 swordfish가 살짝 생각난다).
사실 이 그림이 이것저것 많이 들어가 있어서, 다른 그림들에 비해 액자가 꽉 차는 그림이었다. 내가 이걸 고르니 soya님은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정말 이 그림을 고르는거냐며 재차 확인한 후, 한마디를 날렸다.
“안 그럴줄 알았는데, 욕심이 많으시네요.”
덕분에 내 욕심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평소엔 욕심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욕심이 많다는 말을 듣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면 욕심 많은 구석도 많다. 오늘의 운세가 맞는 것도 이런 식이겠지.
일단 난 한 가지를 최고로 잘해야겠다는 욕심은 없는 것 같다. 축구든 게임이든 공부든 늘 어느 정도 수준까지 팠다 싶으면 다음은 General 한 영역을 키우는 편이다. 축구를 먼저 예로 들면 최고의 미드필더는 아니지만 공격, 미들, 수비 어디에 놔둬도 왠만큼 하는 사람이 되길 원했다. 포지션을 바꾸는데 큰 거부감이 없었고, 그 자리를 잘 소화해내기 위해 생각을 많이 했다.
직업도 좀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웹개발로 시작해서 지금은 모바일게임까지… 분야를 크게 움직여다닌 것은 아니지만, 어떤 분야에서도 잘 적응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특정한 분야의 거장이 되고 싶은 욕심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욕심에 대해 얘기하자면 사람에 대한 욕심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등등 다양한 생각 속에서 포기하지 못하는 나를 보면 욕심이 많긴 많구나 싶다. 사실 사람들과의 만남은 서로의 욕심 간의 만남이란 생각도 든다. 서로의 욕심을 잘 채워주는 만남이 오래 가는 것이 아닐까…
짧게나마 내가 가진 욕심들에 대해 정리해봤는데, 욕심이 있는게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자세히 풀어쓰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욕심이 있어야 발전도 있다’는 어렴풋한 정리로 일단은 마무리 지으련다. 다만 그 과정이 영화 위플래쉬Whiplash 같은 모습은 아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