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는 9월엔 막내동생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 나도 둘째도 막내에게 뭐 필요한지 물어봤지만 아무것도 필요한게 없다고 하는 중이다. 집에 오니 할머니가 둘째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는지 말을 꺼내왔다. 둘째가 그냥 나와 합쳐서 현금을 줄까 생각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할머니: “얼마쯤 줄 예정이야?”
나: “글쎄, 동생이랑 한 번 얘기해봐야지.”
할머니: “아무리 그래도 xxx만원은 줘야하지 않겠나.”
나: “일단 동생이랑 얘기 좀 해보고 ㅎㅎ”
할머니: “나도 막내 결혼할 때 50만원은 줘야 할텐데… 나 좀 빌려주련?”
나: “아니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오나요…”
할머니는 체면을 중시하는 나머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잘 구별하지 않고 얘기하신다. 현재 상황과 현금흐름에 맞춰서 축의금을 생각해보고 조절해 나가야 하는데, ‘체면을 위해서는 이 정도는 내야한다’고 결론을 내려놓고 밀어부치면 어떻게 하나. 내가 무슨 ATM도 아니고…
#2
점심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대학교 선배가 최근 이직을 해서 사무실이 가까워진 덕에 점심을 함께 할 일이 있었다. 그동안 대기업에서 다녔던 그 형은 이직하면서 스톡옵션을 받게 되었는데, 나도 이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주식을 받은 적이 있기에 그 이야기를 해주며 잘 되길 바란다는 말을 건넸다. 내가 받은 주식의 액수를 궁금해 하길래 대강 혼자 쓰기에는 좀 넉넉한 금액이 되었다는 말로 넘기려는데, 구체적으로 자꾸 물어보는 통에 불편해서 혼났다. 농담으로 하는 말이었겠지만 인당 30-40만원 하는 한우 오마카세를 가자느니 하는 말에 ‘내가 왜?’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3
역시 돈은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다. 돈 있는 티를 내면 세상 피곤한 일이 생기는 거고. 내가 믿을만한 짝 한 명과 둘이서만 조용히 행복하게 잘 사는게 최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