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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Culture) 영화(Movies)

[영화] 사이비(2013)

영화 사이비 포스터
영화 사이비 포스터

“그놈들 다 가짜라고!!!” “내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대요. 그들은 나에게 희망을
줬어요. 그게 다 가짜라면, 난 뭘 위해 태어난거죠?”

허지웅 기자의 글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 영화, 사이비를 보았다. 영화의 가장 핵심은 위의 두 대화에 있는 것 같다.
진실이 정말 중요한걸까. 가짜가 주는 싸구려 믿음이라도 나는 준 적이 있었나. 영화 속 이야기는 종교를 배경으로 풀어내고
있었지만, 나는 연애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뭐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패스. 생각해 보면
매트릭스에도 비슷한 물음을 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네오의 동료들 중 한명인 사이퍼가 배신하는 장면.

사이퍼과 요원들과 밀회를 가지며 말한다. "이것들이 다 가짜여도 상관 없어요. 난 이것이 좋아요."
사이퍼과 요원들과 밀회를 가지며 말한다. “이것들이 다 가짜여도 상관 없어요. 난 이것이 좋아요.” (출처: screencapped.net)

영화를 보며 각자 여러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평소에 내 편을 많이 만들어 두지 않으면
내가 아무리 진실을 외쳐도 모두가 그것을 외면할 거라는 거? 진실이 믿음과 일치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믿음을 지켜주는 것이 그 다음으로 좋다. 상대방이 믿고 싶은 세계를 진실을 강요하며 무너뜨렸을 때가 제일
나쁜 결과를 불러온다. 내가 아끼는 사람이 값싼 믿음에 흔들리지 않게 하려면, 나 자신이 강한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추가
성 목사의 변화도 이것저것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 오로지 한 가지 믿음과 방법만으로 살아온 사람은, 그것이 어긋날 때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그것에만 매달리고 집착하다가 결국 완전히 비뚤어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내가 나일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을 많이 쌓아두어야겠다. 어느 하나가 잘못 되더라도 내 모든 것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그 자리를 계속 새로운 좋은 것들로 채워서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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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Culture) 책(Book)

천 년 동안

… 천 년 살 나무를 자를 때는 나무의 휘어짐을 따른다고 한다. 휘어짐을 무시하고 직선으로 자르면 나무는 천 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고 한다. 누군가를 천 년 동안 사랑하려면 그의 휘어짐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가 그 사랑 안에서 살아 숨쉴 수 있도록 그의 굴곡을, 그의 비뚤어짐을, 그의 편협함을, 그의 사소한 상처와 분노와 아픔을 이해해야 한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휘어졌는가. 나의 휘어짐을 당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우리의 휘어짐은 서로를 내치는가, 아니면 받쳐주는가. …
– 천 년 동안. <생각이 나서> p.30 / 황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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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Culture) 영화(Movies)

[영화] 500일의 썸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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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봉명동안방극장님 블로그

500일의 썸머를 다시 찾아 보았다. 톰과 썸머는 왜 헤어져야 했을까에 대해 좀 더 곰곰히 생각해보고, 리뷰도 찾아보았다. 그래서 정리한 결론.
연애를 할 때, 서로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사람이길 바란다. 톰의 경우는 썸머가 자신이 그려오던 사람이길 바랬다. 지금 시점에서의 썸머는 다른 것을 믿고 있더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이 원하는대로 바뀔 것으로 기대했다. 썸머가 그동안 숨던 벽이 허물어져 간다고 생각했을 때, 톰은 더욱 확신을 하게 되었다.
썸머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진정한 사랑보다는 가벼운 관계를 지속하며 상처 받지 않고 싶었고, 톰에게도 그것을 바랬다. 하지만 톰이 썸머가 원했던 모습이 아닌, 톰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계속 썸머에게 바랬을 때, 헤어질 결심을 했던 건 아니었을까.
결국 연애를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나, 자신이 원하는 상대방만을 생각하며, 상대방이 원하는 나, 상대방이 원하는 그 스스로의 모습을 잠시 망각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지나고, 썸머는 톰이 말해오던 것들을 갑자기 깨닫는다. 톰이 믿던 것들을 같이 믿게 된 썸머. 어쩌면 그것을 알려준 고마움에 마지막에 톰을 찾아왔던 건 아니었을까. 물론 그 덕에 국민 나쁜년 칭호를 얻게 됐겠지만.
톰은 반대로 썸머가 말해오던 것들을 믿게 된다.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의 극단적인 믿음의 변화. 그러다 마지막 순간 어텀을 만나면서 깨달았던 것 같다. 운명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서로가 기대하는 것을 채워줄 필요도 있다고. 그래서 뒤돌아 데이트 신청을 했던 게 아니었을까. 마지막에 그녀의 이름을 듣는 순간 그것을 확신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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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산수재혜랑님 블로그

이제 나를 돌아본다. 나는 솔직하게 털어놓는 나를, 그것을 받아줄 그녀만을 생각했다. 사실 그녀는 순수한 나와 그런 사람을 만나는 그녀를 그려왔는데.
무엇이 더 중요했을까? 보다 더 나다운 것? 보다 더 그녀가 바라는 모습이 되는 것? 사실 잘 모르겠다. 다만 이런 경험들을 통해 우리는 더 성숙해지고, 다른 이들의 바램을 서로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500 days of summer
출처: @cine_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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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Culture) 영화(Movies)

[영화] 우리 선희

our sunhee
추석연휴를 앞두고 회사 업무시간이 일찍 끝이 났다. 마침 코엑스에서의 상영시간이 맞아 <우리 선희>를 보러 갔다. 그녀가 보고 싶다고 했던 영화였는데, 눈에 계속 밟혀서 얼른 보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처음이었는데, 색다른 구성과 유머코드가 인상 깊었다.
문수(이선균)의 술 취해서 헛소리 하는 연기 최고 ㅋㅋㅋㅋ
그녀랑 같이 봤으면 이런 대화를 하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하며 보는 재미…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보니 절절한 장면들도 있었다.
재형(정재영)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여자는 다 옳아. 남자는 여자가 결정하면 거기에 따르기만 하면 되는거야.”
날 좋은 가을날, 창경궁이나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장면들.
영화 속 학교 배경이 건대여서 반가웠다.
추천하는 리뷰는 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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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Culture) 책(Book)

[책] 여행가이드북 거꾸로 읽기

여행가이드북 거꾸로 읽기(Touriste professionnel)
여행가이드북 거꾸로 읽기(Touriste professionnel) /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여행을 갈 때 한 번씩은 꼭 보게 되는 여행가이드북. 한 나라의 역사, 문화, 쇼핑, 맛집까지 다양한 내용을 두루 담고 있는 가이드북을 보면, 이 책을 쓰는 작가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여행가이드북 작가가 될 수 있는걸까? 여행가이드북 작가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이 여기 있다. 저자인 뱅상 누아유가 자신이 여행가이드북 작가가 된 과정부터 책을 쓸 때 사용하는 팁과 경험들이 재밌는 문장들로 쓰였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여행가이드북을 믿을 수 없게 되는건 아닐까? 싶었지만 저자는 나름의 비상구를 마련해 두었다. 가이드북을 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그 사람들이 어떤 노력으로 가이드북을 썼는지 자세히 알려줌으로써 독자들에게는 가이드북을 더 잘 읽는 법을, 같은 작가들에게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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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Culture) 전시(Exhibition)

[전시]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

지난 토요일, 현대카드에서 준비한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을 다녀왔다. 그동안 원령공주,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국내 개봉한 작품들로 인해 친숙한 지브리 스튜디오답게,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위해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을 찾고 있었다. 내가 보러간 날은 토요일이었는데, 낮 12시 30분 즈음에 도착했음에도 이미 1600명의 사람들이 오전동안 방문해있었다. 약 1시간 20분 정도 기다린 끝에 전시를 구경할 수 있었다.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

  • 일시: 6월 22일(토) ~ 9월 22일(일)
  • 관람 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 입장마감 오후 7시
  •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6/24, 7/29, 8/26)

참고: 현대카드 Super Series 홈페이지

계단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보았던 검댕들이
계단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보았던 검댕들이!!

안내 책자와 오디오 가이드로 쓰인 아이팟 터치
안내 책자와 오디오 가이드로 쓰인 아이팟 터치(대여료 3,000원)

대기번호를 알려주던 기계가 오류를 일으켜 담당자들이 모여 있다. 같은 IT 산업 종사자로서 왠지 짠했다.
대기번호를 알려주던 기계가 오류를 일으켜 담당자들이 모여 있다. 같은 IT 산업 종사자로서 왠지 짠했다.

전시를 보러 가기 전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미리 봐두고 갔지만, 아직 안 본 작품들도 많아 전시를 충분히 즐기기가 어려웠다. 참고가 될만한 비디오 영상도 생각보다 많지 않아 아쉬움이 많았다.
오디오 가이드로는 아이팟 터치를 나눠주었는데, 이것도 불편한 구석이 많았다. 해당 장소에 갔을 때 자동으로 재생되지 않고 수동으로 재생해야 했던 것이 첫 번째, 재생이 끝난 뒤 자동으로 다음 트랙이 재생되는 바람에 매번 정지를 눌러줘야 했던 것이 두 번째, 나눠준 이어폰에는 컨트롤러가 없어 매번 아이팟터치 화면을 통해 컨트롤 해야 했던 점이 세 번째 불편함이었다. 다음에도 아이팟 터치를 사용할 계획이라면 좀 더 개선된 형태로 제공해 줬으면 좋겠다. 아, 한 가지 더 생각난 것이, 오디오 가이드에서 말하는 그림이 어떤 것인지 찾는데 애를 먹었다는 점이었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눈이 ?_? 이렇게 되기 일쑤였다. 이것도 개선되길.
레이아웃이란 것이 이번 전시의 메인 아이템이었는데,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청사진이 되는 것이었다. 간단히 인물의 배치와 대사 등을 정리한 것이 콘티라면, 레이아웃은 좀 더 세부적으로 원화가들과 애니메이터들이 작업할 수 있게 지시사항들을 총정리한 것이었다. 화면과 등장인물은 어떤 속도로 움직여야 하는지, 카메라는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등등이 레이아웃에 정리가 되면 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었다. 전시에서 만난 수많은 레이아웃들과 그 속에 적힌 메모들이 작업의 열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던 것 같다.
내가 그린 가오나시. 아디다스를 더 좋아하지만 나이키 티를 입혀주었다.
내가 그린 가오나시. 아디다스를 더 좋아하지만 나이키 티를 입혀주었다.

많은 스티커를 활용한 고수의 작품.jpg
많은 스티커를 활용한 고수의 작품.jpg

벽면을 가득 매운 방문객들의 작품들
벽면을 가득 매운 방문객들의 작품들

전시 마지막에는 위 사진들처럼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코너가 준비되어 있었다. 토토로 배 위에 앉아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고,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을 그려 벽면에 붙여둘 수도 있었다. 덕분에 좀 더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저런 아쉬움도 많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전시였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장면 안에서 찰칵!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장면 속에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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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Culture) 음악(Music)

[음악] The Loner – 얄개들


가끔 쓸쓸한 기분이 들 때면 듣는 노래. 스티키 몬스터즈랩의 귀여운 캐릭터들을 볼 수 있는 뮤직비디오는 그저 넋놓고 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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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Culture)

우화의 강

늘 가는 곳에서 또 좋은 시를 발견하여 옮겨쓴다.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을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결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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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Culture) 음악(Music)

콩떡빙수와 러브 레시피


콩떡빙수 – 악동뮤지션
악동뮤지션은 노래를 참 건전하고 밝게 잘 만드는 것 같다. 듣다보니 당장 파리바게트에 달려가서 콩떡빙수를 주문해야 할 것만 같아!

러브 레시피 – 클래지콰이
이 곡도 이제서야 들은 곡인데, 너무 달달하고 좋다. 가사 하나하나가 일품이다. 목소리는 또 어찌나 좋으신지… 애인 생기면 꼭 마주보고 같이 듣고 싶은 곡이다(애인발견 – 자우림도 그런 곡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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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Culture) 영화(Movies)

[영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2013)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지만 난 마음에 드는 편. 물론 인물들의 심리적인 묘사는 좀 부족했다는 생각이지만, 원작에 쓰여진 문장들을 충실히 영화에 담아내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특히 개츠비의 저택에서 이루어지는 파티 장면은 감독이 공을 많이 들였구나 느껴질 정도. 영화를 보는 내내 책으로 읽으면 더 맛있게 읽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게 영화로서는 아쉽다는 뜻이 아닐런지.
(아래로는 어쩌면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릅니다)

The Great Gatsby, 2013
The Great Gatsby, 2013 (출처: HDofWallpapers.com)

과거 사랑했던 여자가 찾아오리란 기대만으로 돈을 펑펑 쓰면서 파티를 해온 개츠비. 그냥 직접 가서 만나면 되자나! 할지도 모르지만 그러지 못하는 심정은 오죽할까. 영화를 볼 땐 몰랐는데 어제 홀가분한 일을 겪고 나니 뒤늦게 개츠비에 감정이입이 되버렸다. 개츠비처럼 화려한 파티를 벌일 돈도, 공간도 없지만.
내 생각에 개츠비는 행복한 사람이었을거다. 늘 긍정적으로 미래를 그리며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기 때문에 살아가며 후회는 없지 않았을까? 물론 개츠비가 가졌던 순수한 사랑이 마지막에 가서는 집착으로 변해버렸고, 그가 최후에 겪은 일 또한 객관적으로 봤을때 불행하기 짝이 없을지라도.
+ 영화를 보고 난 뒤,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과거로 날아가 피츠제럴드를 만나고 싶었던 건 나뿐이었을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