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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실패할 여유

아이들을 동네 슈퍼에 데리고 간다. 풀어놓고 ‘너 사고 싶은 거 다 사라’고 하면 아이는 정말 눈에 띄는 걸 다 집는다. 먹어본 과자, 안 먹어본 사탕, 포장만 예쁜 젤리, 내용물보다 장난감이 더 많이 들어 있는 초콜릿, 전부터 사보고 싶었지만 차마 집지 못했던 비싼 쿠키… 끝까지 먹는 것도 있겠고 한 입 먹어보고 다시는 안 살 것들도 있겠으나, 어쨌든 제가 궁금했던 것들은 다 사고 다 뜯어 보고 먹어 본다.

하지만 슈퍼 앞에서 아이에게 ‘너 사고 싶은 것 딱 하나만 사준다’고 하면, 일단 고르는 시간이 한 세 배쯤 늘어난다. 들여다보고, 집었다가 놓고, 흔들어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그러다 대부분의 경우 가장 좋아하는 과자를 고른다. 많이 먹어봤고, 맛을 잘 알고, 그래서 절대 실패하지 않을 ‘안전한’ 선택. 대신 지난번에 못 산 과자는 이번에도 못 산다.

소비에 실패할 여유 중에서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실패할 수 있는 여유가 그만큼 많아졌다-고 하겠다. 이제껏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명품관에도 조금씩 기웃거려 보게 되고, 대체 누가 가는 곳일까 궁금해하던 파인 다이닝에서도 다양한 메뉴를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렇게 알게된 좋은 것들을 내가 아끼는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게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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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마지막으로 실패해 본 기억이 언제인가

오늘자 예병일의 경제노트에선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많이 시도하라, 피카소처럼’이란 내용의 글이 뉴스레터로 왔다. 자기계발과 경제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뉴스레터인데 가끔 이렇게 많이 와닿는 글을 만나게 된다. 오늘의 내용은 많이 시도해봐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시도의 경험은 곧 실패의 경험과도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저 글이 많이 실패해봐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은 지식을 주기 때문에, 값진 실패는 성공보다 몇 배의 가치가 있다. 그런데 문득 마지막으로 실패한게 언제였지?란 질문을 떠올리게 됐고, 나는 딱히 생각나는게 없었다. 물론 축구에서 일대일 찬스를 놓쳤던 것 같은 작은 실패들은 있었지만 아! 내가 정말 큰 실패를 했구나! 하고 탄식할 정도로 좌절했던 실패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순간 내가 그동안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성공들에 만족하며, 실패할 것 같은 것은 시도하지 않고 그동안 살았다고 생각하니 위기감이 확 들었다. 당장 뭐라도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일은 드로잉 책을 사기로 했다. 주변에서 드로잉(그림 그린다고 하면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부러운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질보다는 노력과 다작이 역시 답이라는 조언에 시작하기로 했다. 무작정 하기 보다는 기초를 익힐 수 있는게 좋겠다 싶어서 찾았더니 ‘이지 드로잉 노트'(김충원 저)가 제일 처음에 나와서 교재는 이걸로 정했다. 이런 작은 시도들이라도 꾸준히 끈기있게 하다보면 어느새 큰 시도로 이어지지 않을까? 적어도 실패를 두려워하는 유전자는 줄어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