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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공감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코로나에 부동산에 여러가지로 난리인 상황 속에서도 다들 어떻게든 잘 준비하고 꿋꿋하게 치뤄내는걸 보니 대견하기까지 했다.

모인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부동산 쪽으로 주제가 흘렀다. 몇년 전에 아파트를 구해뒀던 다른 친구가, 이번에 결혼하는 친구가 집을 구하려고 고생고생하던 것이 이해는 갔지만, 공감이 100% 되지는 않았다는 말을 했다. 나도 그런 면에서는 비슷했던 것 같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진심으로 공감은 못 했다. 친구가 잘 해결해 내길 바라는 마음과 나는 미리 해둬서 다행이다 라는 마음이 공존했다.

그러고보니 나는 요즘 공감 못하는 상황이 많아졌다. 회사에 대한 불만, 연봉에 대한 아쉬움, 내집마련에 대한 걱정, 노후 대비에 대한 고민까지. 주변 사람들이 하는 고민들이 내게서는 조금 멀어져 있는 느낌이다. 내가 고민하는 것들과 친구들의 고민이 성격이 다르고 온도차가 달라졌다. 자랑이 될지 어떨지 싶어서 말하기도 조심스럽고 말을 아끼게 된다.

확실히 처한 상황이 비슷해야 더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다. 이젠 친구의 고민을 마음 속 깊은 곳까지 공감하면서 같이 고민하지 못하게 된 것 같은 기분. 슬프다기도 애매하고 참 묘한 기분이다. 하지만 덜 공감한다고 해서 가치 없는 존재가 된 것은 아닐 것이다. 덤덤하게 내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거고, 그것도 나름의 의미가 되어주지 않을까.

공감 능력 떨어지는 싸이코패스…까지는 안 되길. 오즈의 마법사의 양철로봇이나 애플의 시리 정도는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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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나이 든다는 것

아직 30대에 진입한지 얼마 안 되는 나이이긴 하지만, 나이듦에 대해서 한 마디 정도는 거들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공감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확실히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가슴 깊이 공감하지 못했던 것들이 지금은 좀 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수업을 들을 때 누군가 도저히 모르겠다고 말을 하면 그냥 노력이 좀 더 필요한거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한 번 겪어보고 나니까 이런 기분이구나, 이 정도로 답답함을 느끼고 내가 보잘 것 없게 느껴지는구나 알 수 있게 되었다. 실연한 사람들이 아파하고 힘들어 할 때, 시간 좀 지나면 또 새로운 사람 만나고 잘 될 거라고 위로해 줄 때에도,  그땐 얼마나 아픈지 공감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떤 실연은 그 사람의 모든 걸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그 흔한 위로의 말조차 해주기가 어렵더라. ‘괜찮아 다 잘 될거야’라는 말이 별 소용이 없다는 걸 알기에 이제는 그저 ‘그래 마음껏 울어. 울고 또 울고 다 털어내버려’라고 할 것 같다.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게 된 한 친구는, 우울증이라는게 본인 의지만으로는 해결이 안 될 수 있다는걸 깨달았다고 한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고(친구도 부정적인 생각이 끝없이 이어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심리치료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열심히 살아도 추락하는 경우가 있고, 대충 살다가도 벼락부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나머지는 그저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이 있는가보다.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경험들을 더 하게 되면 아마 공감할 수 있는 범위도 좀 더 커지게 되겠지. 그렇게 보면 나이든다는 것도 꼭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비록 체력이 작년보다 쉽게 떨어지고 비가 오면 몸이 좀 더 쑤시고 삐그덕거리는 관절도 늘어나긴 하지만 말이다. 그만큼 정신은 튼튼한 몸짱이 되어가는게 아닐까.
이쯤에서 보는 TED 영상 하나. 알랭 드 보통의 ‘보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공철학’.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상이다. (TED 쪽 영상은 뭔가 자막 싱크가 잘 안 맞아서 네이버 영상으로 넣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