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일상과 생각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

어떤 일에 대해 굉장히 열정적으로 말하고, 하고 싶어하고, 동기부여가 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그 일을 맡아도 될까?

맡겨볼 수는 있겠지만, 관심의 크기가 그 사람의 능력의 크기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맡겼다면, 그 사람이 정말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 또 그 능력에 어울리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를 체크해봐야 한다. 줬다 뺏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권한은 서서히 늘려가는 것이 좋다.

관심과 능력이 미스매치된 사람이 높은 직책에 있으면 폐해가 크다. 관심은 많아서 업계에 돌아다는 글은 많이 읽어 구름 위에서 업계를 보고 있는데, 실제 업무는 낡은 기계를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일의 반복이다. 자신은 큰 방향성을 제시하고 끌고 가고 싶은데, 기름때 묻히는 일을 하자니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하나’ 싶은 생각도 한다. 아래에 있는 직원들은 위에서 배울게 없으니 떠나지만, 그들은 열정이 없고 능력이 부족했던 탓에 떠나는 것처럼 된다.

조기축구회에서도 처음 나가면 실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일 경기에 영향이 적을만한, 문제가 생겨도 다른 사람이 커버 가능한 위치에 세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검증이 되고 나서야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에 한 번씩 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다.

큰 열정과 관심이 능력을 100%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늘 경계해야 좋은 조직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Categories
일상과 생각

장벽과 울타리

나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들은 때론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어주기도 한다.

회사의 채용 단계만 봐도 그렇다. 입사할 때까지는 서류통과, 면접 같은 단계들이 나의 취업을 가로막는 장벽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한 번 통과한 이후에는, 검증된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는 울타리가 되어준다. 월급도 나오고 믿음직한(아닐수도 있지만) 동료들도 많은 듬직한 울타리.

하지만 그 울타리가 나의 또다른 가능성을 가로막는 장벽이 아닌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 회사를 벗어나서 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들. 회사 내에 내 자리가 있다는 안정감과 월급이 주는 따뜻함이 그 가능성들이 발현되지 못하게 막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장벽일지 울타리일지, 때론 반대로 작용하는 일은 없을지, 늘 상황을 인지하고 있어야 할 일이다.

Categories
일상과 생각

압박과 탈압박

회사 이야기지만 축구 이야기로 시작해본다.

현대 축구에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압박과 탈압박일 것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강하게 압박하는 팀과, 그것을 이겨내거나 흘려내며 원하는 플레이를 유지하는 팀의 싸움. 탈압박하는 쪽에서는 특히 미드필더들의 탈압박 능력이 중요하다. 상대 선수가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몸싸움을 걸어오는 순간에도, 자신의 공을 잘 지키고 원하는 곳에 패스를 보낼 수 있는 능력 말이다.

편안한 상태에서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공을 보내는 능력은 프로 수준의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 위대한 선수들은 아무리 거친 환경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편안할 때나 폭풍이 칠 때나 자신의 플레이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진정한 탈압박 능력이 아닐까 싶다.

이제 운동장에서 사무실로 시선을 옮겨보면, 여기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다. 여유있는 일정과 자금 속에서 제품을 만드는 일은 매우 이상적인 상황이지만, 그런 상황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촉박한 일정 속에서 계획은 계속 바뀌고, 그 와중에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더 많을 것이다. 이 단계가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압박을 이겨내고 자신의 플레이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가치는 결국 누구나 알 수 밖에 없을 것이다.

Categories
일상과 생각

회사에서 빡친 일

오늘 평소에 흔치 않게 빡친 일이 회사에서 있었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 좋은 소식이 아니어서 신경이 쓰이지만 블로그 업데이트 하려는 타이밍에 사건이 발생해주셔서 쓰는 글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팀원 A가 갑자기 메신저로 말을 걸더니 서비스 중인 게임의 기능 중 하나를 PM님이 개선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기획+개발 인원이 모두 들어가있는 채팅방 외에 다른 방에서 이루어진 대화라 나는 알 수 없는 대화였다. 실제로 업무를 진행할 때에는 기획+개발이 있는 방에서 다시 공론화 되겠구나 하고 일단 알아둔 채로 넘겼다.

시간이 얼마쯤 지난 뒤, 주로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멤버들이 있는 채팅방(나도 들어있음)에 PM님이 글을 올렸다. ‘이러저러한 이슈가 있어서 개선이 필요한데, 서버 수정으로 가능해보이고 A, B 일정으로 진행중이다’라는 내용이었다. 관련 컨텐츠를 개발한 팀의 팀장은 나인데, 나는 ‘서버 수정으로 가능하다’란 의견을 주지도 않았고, A, B 일정도 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바로 그 의견은 저를 통해 나온 의견이 아니란 내용을 채팅방에 남겼다. 그런데 몇 분 뒤 그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없이, 퍼블리셔 측과 의논한 결과 B 일정으로 진행될 것 같다는 내용만이 채팅방에 업데이트 되었다. 여기서 제대로 1차 빡이 왔고, 나 말고 누구와 진행중이시냐며 명확하게 문제점에 대한 언급을 했다. 개발 담당자와 직접 얘기했다는 말에 앞으로는 저와 진행해달라는 말로 우선 마무리를 했다.

하지만 2차로 빡친 상황이 찾아왔다. 팀원 A와 PM님 등 게임 내 헤비유저들이 있는 방에 나를 비롯해 일정 얘기하는 방에 있던 몇몇 사람들을 초대한 것이다. 이미 채팅방이 여러개로 파편화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기서 이런저런 게임 내 얘기하는건 상관 없지만 작업 진행할 때는 공식적인 ‘기획+개발’ 채팅방이 있으니 이쪽에 말해달라는 의견을 남겼다. 하지만 결론은 그 방을 유지하고 새로 초대된 사람들이 귀를 그 방에도 열어두는 쪽으로 정리되었다. ‘너의 말이 맞지만 우린 바꾸지 않을테니 너가 바꿔라’란 식의 결론이어서 2차 빡침이 제대로 왔다. 바깥에서 수십분간 바람을 쐰 뒤에야 다시 마음의 평화를 찾고 사무실에 돌아갈 수 있었다.

평소에 이렇게 빡치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았기에 몇몇 사람들이 개인 메신저로 다독여주는 말들을 건넸다. 일찍 퇴근하고 밤 공기라도 쐬며 런닝을 뛰어볼까 했는데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이었다. 다가오는 휴일을 기다릴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