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이사 준비라는 글을 올린지 어느새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부동산을 끼고 많은 집들을 둘러 보고, 머리를 맞대보고 한 끝에 방향이 정해졌다. 수지로 간다. 송파를 떠난다.
송파에 남아 할머니의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동생이 할머니를 설득한 끝에 송파를 떠날 결심을 할 수 있었다. 동생이 설득한 논리는 두 가지.
- 송파에 전세를 구해도 2년 뒤엔 어떻게 될지 또 모른다. 그때는 할머니 연세가 있어 더 힘들어 질 수 있다.
- 수지쪽으로 내려가면 돈을 좀 보태서 깨끗한 집을 살 수 있다. 그쪽은 발전 가능성도 있어서 집값이 오르면 돈 벌 가능성도 있다.
지금 집주인이 상당히 골치 아프게 군 탓에 첫번째 논리가 먹힐 수 있었고, 주변에서 수지쪽이 괜찮다는 말을 다방면으로 할머니에게 한 덕분에 두번째 논리도 먹혔던 것 같다. 어쨌거나 큰 결심을 하셨다.
근데 막상 송파를 떠날 결심을 하니 내게도 동네 풍경이 모두 아련해진다. 밤마다 산책, 러닝하던 석촌호수도 그리워 질 것 같고, 롯데의 풍경도, 골목의 카페들도 보고 있으면 짠하다. 나에게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살았던 동네. 25년의 시간을 송파에서 보냈다. 학창시절의 추억부터 대학생활, 연애사, 직장생활까지 곳곳에 묻은 스펙트럼도 넓다. 언젠가는 해야할 수도 있는 이별이었겠지만, 이별을 앞두고 바라보는 풍경은 너무도 감성 돋는다. 수지에서는 얼마나 살게 될까?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하는 새로운 기대보다는 송파구 Endgame 이 아직은 더 크게 다가온다.
이제 갈 곳도 정해지고 지금부터는 부동산보다는 은행을 바쁘게 돌아다닐 차례다. 이사갈 그 날까지 잘 부탁해요 송파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