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5cm와 언어의 정원

매년 봄이면 재개봉으로 관심을 끌었던 ‘초속 5센티미터’. 이번에 또 다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대표작 ‘언어의 정원’과 함께 묶어서 재개봉 해준다는 소식에 재빨리 영화관을 찾았다. 일본 작품 특유의 잔잔한 느낌과 함께 그려지는 아름다운 영상에 눈이 즐거웠다. 둘 다 여운이 많이 남았던 작품. 영화는 초속…이 더 맘에 들었지만, 언어의 정원에 나온 시는 떠올릴수록 좋다.

천둥소리 희미하게 울리네
구름이 껴서 비라도 내린다면
당신은 여기 있어줄까

천둥소리 희미하게 울리고
비가 내리지 않아도 나는 여기 있겠어요
당신이 붙잡는다면

  • 만엽집
  • 언어의 정원

주변의 기대

나는 120%를 하고 있는데, 주변에서는 200%를 기대한다.

주변의 기대를 맞추지 못 했다고 해서 내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100%라고 생각했던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보다 덜 노력한다고 보일 수 있는데, 그것은 그 사람이 맞을 수도 있고, 반대로 틀렸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어디까지인지를 다시 한 번 정확히 파악해 보는 일이다. 주변의 기대는 그 한계지점이 어디인지를 내 생각 밖에서 세워본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나는 내 자신이 10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15, 20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는 지금 잘 하고 있다.

(일상에 힘들어하던 누군가에게. 한 편으로는 나에게도.)

알파고 vs. 이세돌

요즘은 세기의 빅매치가 열리는 중이다. 구글에서 개발한 인공지능인 알파고(AlphaGo. 구글의 모회사인 Alphabet과 바둑(Go)의 합성어라 한다)와 바둑9단의 이세돌이 바둑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체스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실시간으로 대국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느낌이 완전 다르다. 게다가 총 5번의 대국 중 이미 이세돌이 2패를 안게 된 지금은 역사적인 순간을 보고 있는 기분! 비록 바둑을 잘 모르지만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바둑은 인공지능이 넘어야 할 커다란 산처럼 느껴졌다. 체스보다 훨씬 많은 경우의 수를 갖고 있고, 게임 내용의 유불리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알파고는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해내고 있고, 인간 최고의 실력자를 상대로 2승을 거둔 상태다.

첫 게임은 인간이 챔피언의 자리에서 이것저것 시험해보는 대국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게임은 다르다.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알고 붙은 대국에서 진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인공지능이 바둑에서도 인간을 넘어섰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인공지능의 수준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이번 매치를 통해 전세계가 알게 되었다. 앞으로 게임 뿐만이 아니라 실생활의 많은 문제들을 인공지능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들도 많아질 것이다.

이미 구글에서는 무인 자동차를 시험운행 하고 있다. 놀라운 수준의 기술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 정답이 없는 문제들도 있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사고를 낼 수 있는 급작스러운 상황에서 무인 자동차는 운전자를 보호해야 하는가, 아니면 다른 더 많은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는가. 그동안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많았지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생각보다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민방위

내가 민방위라니

올해부터 민방위로 편성되어 오늘 첫 교육을 다녀왔다. 구민회관 대강당에 모여 4시간에 걸쳐 화재, 가스, 교통 등의 주제로 강의를 듣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예비군 훈련을 받으면서 들었던 것은 군사적인 것들이 컸는데, 민방위 교육에서는 일상적인 것들이 많아 색달랐다. 참가자 중에 여성분이 있어서 다들 놀랐는데 직장 민방위로 참여했다고.

민방위를 가게 되었다고 하니 주변에서 아재라고 많이들 놀렸는데, 그중에서도 할머니의 반응이 가장 슬펐다.

“아이고~ 장가도 안 갔는데 민방위를 가면 어떡하니”

minbang
이제 이 티셔츠를 입을 진정한 자격을 갖추었다. (사진은 thsworks 에서)

살을 빼자

집에 있는 체중계에 올라갔다가 깜짝 놀랐다. 체중계에는 여태껏 본 적 없는 높은 숫자가 찍혀 있었다. 체중계의 빨간 숫자가 경고를 보내고 있는것 같았다. 겨울이라 옷의 무게 때문에, 혹은 체중계의 고장 때문일수도 있을거라 생각했다.

축구를 하러 갔다. 뛰는데 몸이 무겁고 무릎에 무리가 오는 것 같다. 목욕탕에서 좀 더 땀을 빼고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라보기로 했다.

여전히 역대급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제서야 현실을 받아들인다. 살을 빼자.

2년치 칫솔을 샀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칫솔을 한 번 사면 오래 써왔다. 6개월 이상… 그러다 펀샵에서 칫솔 제품 소개를 보다가 훨씬 짧은 주기로 칫솔을 써야한다는걸 알게 됐다. 한 번에 2년치를 사니 5만원에 가까운 (칫솔을 산걸로는 꽤 큰) 금액이 들어서 놀랍기도 하고 부담도 느껴지지만, 이번 기회에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쩐지 펀샵 제품 홍보글이 되었지만, 제품을 사도 나에게 오는 것은 없다…

단조로움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다. 회사-집의 반복. 단조로운 삶을 사는걸로 그쳐야 하는데 단조로운 사람마저 되어가는 느낌이다. 애써 영화, 운동을 일상에 구겨 넣어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삶이 다채로워 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좀 더 많이 만나야겠다.

훌쩍 다가온 2015년의 마지막

어느새 2015년의 12월 하고도 9일째다. 연말을 챙기는 약속들을 잡느라 분주하고, 마음 속에서도 무언가 아련한 감정들이 자연스레 샘솟는다.

올 한 해는 정신 없이 그냥 달렸던 것 같다. 이직을 하면서 업종이 아주 바뀌었고, 가변적인 일정 때문에 여름 휴가도 11월에야 다녀왔다. 바쁘게 지내온 만큼 만족감도 크냐 하면 반반이라 하겠다. 잘해온 것도 있지만 잘해야 할 것도 많았다.

11월에 다녀온 태국/베트남 여행은 정말 잘했던 일이다. 특히 태국이 좋았는데, 태국의 싼 물가도 좋았고, 형/누나 뻘이 운영하는 한인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루하루는 충분한 휴식과 함께 너무 바쁘게만 살지 말자는 걸 다시 한 번 다짐하게 해주었다.

막판에 블로깅이 특히 뜸했는데, 앞으로는 좀 더 틈틈히 쓰자고 다짐하게 된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다짐하는건 현재 그렇지 못 하다는 뜻… 다짐할 일은 앞으로 줄여나가자.

생일

올해 생일은 유난히 여기저기서 축하를 많이 받은 것 같다. 작년에도 그랬었나? 작년과 올해는 상황이 달라서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어쨌건 아직까지 축하를 보내주는 사람이 많다는건 기쁜 일이다. 만나야지 했던 사람들도, 이럴 때라도 소식 듣게 되는 이들도 모두 반가운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