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귀가길

1.

지스타 출장으로 부산가서 바닷바람을 맞고, 추워진 서울에 와서 좀 돌아다녔더니, 오늘은 바로 몸살 기운이 돌았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매운 짬뽕 1단계 먹었더니 땀이 쏟아지면서 생기가 돌아왔다. 몸 으슬으슬 할 땐 역시 땀을 빼야하나 싶었다.

2.

집에 오는 길에는 눈에 왔다. 예전에는 눈 올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는데 오늘은 없더라.

3.

집 앞에 감자탕집이 새로 생겼다. 조만간 포장해서 먹어봐야겠다.

믹스나인

모처럼 일찍 퇴근한 월요일. 집에 와서 오랜만에 티비를 보다 보니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믹스나인이란 프로그램이었는데 양현석과 노홍철이 국내 아이돌 기획사를 돌아다니며 데뷔조와 연습생들을 모으고 다니는 프로그램이었다. 국내에 이렇게 많은 기획사가 있다는 것에 놀라고, 또 이렇게 많은 어린 친구들이 노력하고 있음에, 심지어는 데뷔 후에도 멀어진 관심 속에 힘들어하며 재기를 꿈꾸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사실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도 많았지만, 직접 소속사 연습실을 찾아가다 보니 느낌이 사뭇 달랐다. 으리으리한 건물에서 꿈을 키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지하 창고 같은 곳에서도 몇 년씩이나 연습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현실감이 더해지다 보니 다음편도 찾아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양현석이 끼 많은 친구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은 내가 이력서를 뒤져보는 과정과 비슷해 보였다. 지금 회사에서는 나도 고용자의 입장으로 면접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게임 업계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고 있음에 놀라고 있는 중이다. 수많은 이력서 중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찾는 과정이 데뷔 시킬 연습생을 찾는 티비 속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어렸을 땐 나만 잘하면 괜찮았다. 당장 그게 제일 급했으니까. 하지만 어느새 나도 후배들, 신입들을 남들이 봐도 좋을 정도로 훌륭하게 키워내는게 더 중요해진게 아닐까 싶어진다. 소속사 대표들이 자신의 연습생을 YG에게 보여주며 떨려하는 모습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근황

영화 ‘덩케르크’를 이대로 못 보고 지나칠까봐 아침부터 좋은 자리가 있나 찾아봤다. IMAX로 봐야 좋다는 말에 무조건 IMAX 생각하고 찾아봤는데 개봉한지 오래된 지금에도 예매율이 엄청 나다. 나름 괜찮은 자리 하나를 예매해두고 하루를 시작했다.

영화 시간은 21:40분.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지? 머리를 할까, 타이 마사지를 받으러 갈까. 서점도 들리면 좋을 것 같아. 계획은 알찼지만 그 자리는 낮잠과 ‘라디오스타’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가 대신 했다.

영화 시간에 맞춰 집에서 나오는데 동생이 어떻게 용산까지 가냐고 물어봤다. 지하철 생각하고 있다 하니 왜 차를 안 쓰냐고 한 마디 한다. 나는 차보다는 BMW(Bus, Metro, Walk) 좋아하는걸. 서울에서 제일 시간 약속 지키기 좋기도 하고, 지금처럼 지하철 타고 가다가 블로그 쓸 수도 있고.

회사일은 큰 문제 없다면 10월에 출시를 할 것 같고 11월에는 미국에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나면 어느새 연말이네. 순식간에 몇 개월이 사라질 것 같다.

어제는 오랫만에 서점을 찾았다

어제는 모처럼 일찍 퇴근한 날이었다. 잠실역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생각 없었는데, 개찰구를 나오면서 갑자기 서점에 가서 그동안 봐두었던 책들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오랫만에 서점을 찾았다.

첫번째로 찾은 것은 <82년생 김지영>이었다. 83년생 남자로 살아온 경험과 비교했을때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과 모르고 지냈던 부분들이 뒤섞여있을 것 같았다. 두께도 적당해서 읽다가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서 바로 구매.

두번째는 최근에 영화 <컨택트>로도 개봉했던, <당신 인생의 이야기>였다.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리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책은 여러 이야기가 들어있는 단편집 모음이라, 영화의 원작이 된 내용은 80 페이지 정도만 읽으면 됐다. 한 절반쯤 읽다가 나왔는데 이건 다음에 다시 서점가서 마저 읽어야겠다.

구매하면서 본 알바생은 이뻤다.

에어컨 실외기 때문에 생긴 일

집에서 사용하던 에어컨이 어느덧 20살이라는 나이를 먹어 이번 기회에 바꾸기로 했다. 벌써부터 더워지고 있는 날씨 때문에 에어컨 예약이 꽤나 밀려있는 눈치였지만, 다행히도 신청한지 오래되지 않아 설치기사님이 방문해주셨다. 그러나 사건이 터져 설치는 완료되지 못했고, 에어컨을 돌리는 날은 며칠 미뤄지게 되었다.

우선 집의 구조에 대해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집은 3층 규모의 빌라인데, 그동안은 실외기를 옥상까지 올려서 사용하고 있었다. 2층에서 옥상까지 올리려니 당연히 비용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고, 거리로 보나 설치하는 과정으로 보나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1층과 2층 계단 사이 외벽에는 조그마한 테라스 같은 공간이 있었는데, 보통 1층의 실외기를 놓는 공간이었지만 한쪽이 비어있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그동안 이 집에 오래 살아왔고(6년 차) 마침 그 공간이 비어있었기 때문에 설치기사님에게 그곳에 우리 실외기를 두어도 된다고 했다.

약간 찜찜했던 일은 역시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옥상에 있던 실외기를 철거하고 테라스에 새 실외기를 올릴 때쯤, 1층에 작년에 이사온 사람이 당황스러워 하며 올라왔다. 자기네들도 에어컨을 주문해놓은 상태인데, 2층에서 그곳에 실외기를 두면 자기네들이 둘 곳이 없어진다는 것. 할머니는 어차피 공동공간인데다가 한참 비어있었고, 당신이 여기 오래 사셨기 때문에 우선권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고, 1층 사람은 작년 여름이 끝나갈 때 이사를 왔기 때문에 그동안은 에어컨을 설치할 필요가 없었으며, 그 공간은 자기들이 이사오기 전부터 1층에서 실외기를 둬왔던 공간이었는데 2층에서 왜 원래 있던 위치에 설치를 하지 않았느냐 라는 주장으로 맞섰다. 서로의 입장차이가 약간의 감정싸움이 되면서 소리가 점점 커졌고, 결국 설치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일단 현재 시점에서 가능한 기술적인, 경제적인 대안들을 생각해보고 다시 풀어가기로 하고 서로의 주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우리가 그곳에 실외기를 두겠다는 결정을 하기 전에 서로 교류가 있었다면 사전에 문제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바로 위아래 집인데도 그동안 너무 교류가 없었던 현대사회의 단절에 대해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런 공동공간에 대해서 어떻게 합의가 되는지도 사실 궁금한 부분이 있다. 테라스의 위치는 에어컨 실외기를 두기 좋아서 설치비가 작게 나오는 이점이 있는데, 그 이점을 1층만 누릴 수 있는건지. 그동안 관례적으로 1층이 써오던 부분을 바꿀 수 없는건지, 상대적으로 설치비가 제일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2층이 그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건지.

서로 얼굴을 잠시 붉힌 주말이었지만, 결국 우리의 실외기를 다시 옥상으로 올리는 쪽으로 결론을 낼 것 같다. 원래 나올 비용에 설치기사 분들이 재방문을 함으로써 생기는 추가적인 비용까지 합치면 생각보다 많이 나올 것 같지만(일정 부분은 1층에서 부담을 해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같은 건물에서 살아가는 사이라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돈으로 푸는 것이 제일 깔끔할 테니까.

0515 꿈일기

지난 토요일 선호, 소영과 오랜만에 만나 한참 이야기하던 중, 꿈 이야기가 나왔다. 엄청 다이나믹한 꿈을 꾼다는 소영. 그에 반해 나는 꿈을 거의 꾸지 않아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재밌는 꿈을 꾸면 꿈 일기를 꼭 써야겠다는 말과 함께. 그런데 그 말 하기를 무섭게 요번 아침에는 나도 엄청 버라이어티한 꿈을 꾸고 말았으니…

5. 15. 꿈일기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지하철 플랫폼으로 들어갔는데 지하철 타는 곳이 너무나 멀어 뛰어도 잡을 수 없었다. 내가 있는 역은 플랫폼이 여러개 있는 구조였고, 건너편 플랫폼으로 넘어가면 곧 오는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선로 위를 건너갈까, 안전하게 계단을 이용할까 고민하다가 계단을 이용했다.

어느 샌가 집앞에 도착해서 2층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1층에는 누군가 이사를 왔는지 중국요리를 먹은 흔적이 있었는데 짬뽕 그릇이 10그릇은 되어 보였다. 대가족인가 보다. 2층에 올라가서 문을 열었는데 어라? 우리집이 아니다. 통로를 잘못 올라왔구나 생각하고 다시 내려갔다.

옆 통로로 이동해서 다시 올라가는데 형선이를 만났다. 건담을 특히 좋아하는 형선이. 갑자기 내 손에는 상자가 한가득이었고, 나는 피규어를 샀다며 자랑을 했다(어제 레고 플리마켓을 다녀온 탓인가…). 나는 드래곤 퀘스트의 슬라임과 MG 밴시 같은 건담을 꺼내 보여주었고, 좀 더 보여줄 것이 있다며 형선이를 데리고 더 올라갔다.

올라와 보니 분주한 것이 면세점 혹은 백화점 같은 분위기다. 눈앞에는 단발 머리의 예쁜 여자가 눈에 띄었다. 스카프를 들고 뭔가 두리번 거리고 있는 여자. 가까이 갔더니 자기가 이걸 주웠는데 영어가 약해서 데스크에 가져다줘도 설명을 못 할 것 같다며 나에게 부탁을 했다. 영어 때문이라는게 부끄러웠는지 어디가서 자기가 이랬다는걸 발설하면 안 된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는게 귀여웠다. 흔쾌히 스카프를 받아들고 승무원 복장에 가까운 분에게 열심히 영어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딱 내가 할만한 수준의 영어였다. 좀 더 잘해도 좋았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알람 소리가 들려 현실로 킥을 당했다.

픽사(Pixar) 30주년 특별전

금요일(4/28)부터 다다음주 월요일(5/9)까지의 긴긴 휴가 시작! 미리 여행 스케쥴을 잡아두었다면 좋았겠지만 이 시기에 이렇게 휴가를 쓸 수 있을지 몰랐다ㅋ. 어차피 다들 황금휴가를 보내려고 해외로 해외로 나갈테니까 난 서울에서 보내야지 라고 생각하고 전시를 알아봤더니 눈에 띄었던 이 녀석, 픽사 30주년 특별전 전시를 다녀왔다.

원래는 낮시간부터 움직이려고 했지만 몸이 무거워… 침대 좋아… 미용실 예약도 원했던 시간보다 1시간 늦게부터 가능한 바람에 전시는 저녁에 가기로.

새로 산 화이트 컨버스도 장착하고 출발! 흰 신발은 많이 신지 않는 편이었는데 청바지엔 흰 신발이 진짜 예쁘긴 하다. 바지를 약간 롤업해서 입으면 좀 더 낫지 않을까 싶네.

동대문에 도착하고 매표소를 보니 커플들이 많더라(돌아갈까…). 그런데 여여 그룹으로 온 사람도 많이 보이고 혼자 온 사람들도 많길래 그대로 입장~ 원래 성인 13,000원인데 KT 멤버쉽 할인으로 4,000원 할인 받을 수 있었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되지 않아 찍을 수 없었는데 오! 재밌는 전시였다. 생각보다 안 본 픽사 작품들이 많았는데, 전시 보는 내내 봤던건 다시 보고 싶고 안 본건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음. 인상적이었던건 전시물 ‘조이트로프’와 특별 영상 ‘아트스케이프’ 인데, 아트스케이프는 보면서 전시 보러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컴퓨터 화면 보호기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이트로프 – 출처: 위키피디아

조이트로프는 위 사진처럼 시야를 제한하고 원통안의 그림을 빠르게 돌리면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이용한 장난감이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던건 이보다 훨씬 멋진 것이었으니 전시에서 꼭 확인해 보시길.

아트스케이프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먼저 알고 나서 봐야 감동이 두 배로 온다. 전시를 한참 보다가 이걸 보게 되니 진짜 멋진 영상이었다. 애니를 만들 때 스토리를 일단 만화처럼 구성을 해서 느낌과 스토리를 확인해보는 작업을 거치게 되는데, 픽사에서 그동안 작업에 썼던 이들을 모아 하나의 멋진 영상으로 재탄생시켰다. 유튜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전시에서 보는걸 강력히 추천한다.

이 슬라이드 쇼에는 JavaScript가 필요합니다.

전시를 한바퀴 다 돌고 나오니 밖에서는 포토타임이 한창이다. 우디, 버즈, 설리반 등 과 함께 사진을 찍고 구경하고 나와보니…

이 슬라이드 쇼에는 JavaScript가 필요합니다.

정신 없이 지르고 나왔더라 ㅋㅋ 다가올 캠핑을 대비하여 돗자리와 함께 전시의 대표 기념품인 엽서들까지. 컵받침도 나중에 요긴하게 쓰고 싶어서 우디, 버즈 세트로!

간만에 되게 즐거운 전시를 봤다. 30년 동안 그동안 작업한 것들은 잘 보관해 둔 것도 대단한 듯.

이태원으로 넘어가서 소울 트레인에서 음맥(음악 들으며 맥주)하며 마무리. 오후부터 시작했지만 알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