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의 발견과 소비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을 여행중이다. 관광객들을 통해 수입을 창출하는 이들이 꽤 많아 보인다. 이미 많이 변해버렸다는 라오스. 문득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어떤 여행지가 ‘발견’되고 그것이 전파되고 유행이 되는 흐름은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그곳이 메인스트림을 타게 되면, 사람들은 너무나 관광산업적으로 변해버린 곳에 실망을 하고 또 다시 새로운 곳을 ‘발견’하러 찾아나선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걸 알면서도 한 편으로는 슬픈 생각이 든다.

한 도시 내에서 이루어지는 ‘젠트리피케이션’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새로운 곳이 ‘발견’되면, 사람들은 유행처럼 모여들고 대기업이 진출한다. 높아진 집세에 원래 그 거리를 이루었던 사람들은 떠나고, 사람들은 또 새로운 곳을 발견하러 떠난다. 그나마 여행지가 좀 더 나은 점이 있다면 대기업이 진출하는데는 훨씬 시간이 걸린다는 점일까?

많은 여행작가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발견한 장소를 홍보하는데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여행작가의 본분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글들도 꽤 많이 보이니까.

잠시 머물다 갈 뿐인 여행자로서, 최대한 현재의 모습을 존중하고 적은 영향을 주는 선에서 여행을 마치기를.

회사에서 빡친 일

오늘 평소에 흔치 않게 빡친 일이 회사에서 있었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 좋은 소식이 아니어서 신경이 쓰이지만 블로그 업데이트 하려는 타이밍에 사건이 발생해주셔서 쓰는 글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팀원 A가 갑자기 메신저로 말을 걸더니 서비스 중인 게임의 기능 중 하나를 PM님이 개선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기획+개발 인원이 모두 들어가있는 채팅방 외에 다른 방에서 이루어진 대화라 나는 알 수 없는 대화였다. 실제로 업무를 진행할 때에는 기획+개발이 있는 방에서 다시 공론화 되겠구나 하고 일단 알아둔 채로 넘겼다.

시간이 얼마쯤 지난 뒤, 주로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멤버들이 있는 채팅방(나도 들어있음)에 PM님이 글을 올렸다. ‘이러저러한 이슈가 있어서 개선이 필요한데, 서버 수정으로 가능해보이고 A, B 일정으로 진행중이다’라는 내용이었다. 관련 컨텐츠를 개발한 팀의 팀장은 나인데, 나는 ‘서버 수정으로 가능하다’란 의견을 주지도 않았고, A, B 일정도 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바로 그 의견은 저를 통해 나온 의견이 아니란 내용을 채팅방에 남겼다. 그런데 몇 분 뒤 그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없이, 퍼블리셔 측과 의논한 결과 B 일정으로 진행될 것 같다는 내용만이 채팅방에 업데이트 되었다. 여기서 제대로 1차 빡이 왔고, 나 말고 누구와 진행중이시냐며 명확하게 문제점에 대한 언급을 했다. 개발 담당자와 직접 얘기했다는 말에 앞으로는 저와 진행해달라는 말로 우선 마무리를 했다.

하지만 2차로 빡친 상황이 찾아왔다. 팀원 A와 PM님 등 게임 내 헤비유저들이 있는 방에 나를 비롯해 일정 얘기하는 방에 있던 몇몇 사람들을 초대한 것이다. 이미 채팅방이 여러개로 파편화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기서 이런저런 게임 내 얘기하는건 상관 없지만 작업 진행할 때는 공식적인 ‘기획+개발’ 채팅방이 있으니 이쪽에 말해달라는 의견을 남겼다. 하지만 결론은 그 방을 유지하고 새로 초대된 사람들이 귀를 그 방에도 열어두는 쪽으로 정리되었다. ‘너의 말이 맞지만 우린 바꾸지 않을테니 너가 바꿔라’란 식의 결론이어서 2차 빡침이 제대로 왔다. 바깥에서 수십분간 바람을 쐰 뒤에야 다시 마음의 평화를 찾고 사무실에 돌아갈 수 있었다.

평소에 이렇게 빡치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았기에 몇몇 사람들이 개인 메신저로 다독여주는 말들을 건넸다. 일찍 퇴근하고 밤 공기라도 쐬며 런닝을 뛰어볼까 했는데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이었다. 다가오는 휴일을 기다릴 수 밖에.

나이 먹음

왜 나이 먹음이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요?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저의 속 알맹이(외모 말고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매해 바뀌는 게 아니라, 어떤 경험을 얼마나 강렬하게 했는지에 따라 변하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나이의 숫자는 매해 1월 1일 0시마다 3x번 바뀌었지만, 생각과 사고는 2년 정도 평온하게 그대로 일 때도 있고, 어떤 경험 때문에 일주일에 서너 번씩 쑥 성장하기도 합니다. ‘하루 만에 늙은 거 같다’라는 말도 저런 맥락에서 가능합니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과 정신적 성장이 비슷하게 움직이지 않는 데서 오는 부작용(?)으로 ‘나이’를 인지하는 게 느려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PUBLY #129 뉴스레터 중에서

요즘 생각하던 건데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역시 있었어!

간만의 휴가

어제는 모처럼 휴가를 냈다. 그동안 쉬는 날도 있었지만 이번 휴가는 오롯이 내가 생각한대로 하루를 보낸 날이었다. 이런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그동안 이런 시간이 너무 없었구나 싶었다. 올 한 해는 이런 시간을 좀 더 많이 가져야겠다.

그런데 확실히 나가니 돈은 많이 쓰게 되더라… ㅋ

올해 크리스마스는 유난히 외로웠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유난히 외로웠다. 혼자였던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도 그랬다. 일년 내내 바쁘게 지내다가 이제 좀 여유와 정신을 차리고 나니 옆에 아무도 없어서 그런걸까. 경제적인 여유는 생겼는데 마음에 여유가 부족해진 느낌.

여러가지 시도들이 실패로 돌아간 탓도 큰 것 같다. 새로운 만남들을 기대했지만 기대만큼 잘 풀린 일은 없었다. 남은 기회들도 잘 될까라고 묻는다면 글쎄.

불행인지 다행인지(아니다 불행 맞다) 크리스마스 아침엔 회사일에 사고가 생겨 아침부터 출근해서 오후에 퇴근하는 하루를 보냈다. 잘 되는 건 없고 안 되는 일만 생기니 스트레스가 올라간다.

그러므로 나는 닌텐도 스위치를 사야겠다. 마리오 오딧세이와 젤다로 힐링해야지.

아이폰 X 쓰다가 5s를 다시 만졌을 때 느낀 점들

4년 동안 함께 했던 아이폰 5s를 쉬게하고 아이폰 X를 영입했다. 한 열흘 정도 쓰다가 설정을 옮겨올게 있어서 5s를 다시 만졌는데 그새 내 손은 X에 적응되어 있었다.

1. 사이즈

5s의 사이즈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X를 사용할 때에는 (상대적으로) 크기도 하고 무겁기도 해서 손이 피곤해졌는데, 5s는 한 손에 들어오는 사이즈와 가벼움이 편안함을 주었다.

2. 홈 화면

홈 화면으로 접근할 때는 당황스러웠다. 5s에서도 X에서 하던 것처럼 아래를 쓸어 올리려고 했기 때문이다. 잠금을 해제할 때는 헛웃음이 나왔다. 폰을 들기만 해도 Face ID를 통해 바로 깨어나는 X에 익숙해졌는지, 처음에는 5s의 빈 화면만 멀뚱멀뚱 보고 있었다. Touch ID를 써야한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은 수 초가 지난 뒤였다. 습관이란게 참 무섭구나 싶고, 한편으로는 4년의 습관을 그 열흘 사이에 바꾸게 한 것도 대단하다 싶다.

3. 앱 아이콘

넓어진 화면 덕분에 X에서는 앱 아이콘이 넓게 여유있게 배치되어 있었지만 5s에서는 오밀조밀, 다닥다닥 붙어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작은 화면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0.

현재까지 느낀 것은 이 정도. X의 카메라는 너무도 훌륭하고, M자 탈모라 불리는 노치 부분도 생각보다는 거슬리지 않는다. 그리고 역시 X는 스페이스 그레이가 예쁘다.

출시 첫 주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집으로 돌아가는길. 나름 무난한 출시 첫 주를 보냈음에도(서버 터지지 않아서 감사!) 한 달 같은 한 주를 보냈다.

첫인상에서 나쁜 면들을 보고 욕하며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플레이하며 우리 게임의 장점을 발견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고맙다. 그 덕에 힘들어도 조금 더 즐겁게 업데이트 준비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큰 문제 없이 좋은 사건들이 많이 있기를.

눈 오는 귀가길

1.

지스타 출장으로 부산가서 바닷바람을 맞고, 추워진 서울에 와서 좀 돌아다녔더니, 오늘은 바로 몸살 기운이 돌았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매운 짬뽕 1단계 먹었더니 땀이 쏟아지면서 생기가 돌아왔다. 몸 으슬으슬 할 땐 역시 땀을 빼야하나 싶었다.

2.

집에 오는 길에는 눈에 왔다. 예전에는 눈 올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는데 오늘은 없더라.

3.

집 앞에 감자탕집이 새로 생겼다. 조만간 포장해서 먹어봐야겠다.

믹스나인

모처럼 일찍 퇴근한 월요일. 집에 와서 오랜만에 티비를 보다 보니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믹스나인이란 프로그램이었는데 양현석과 노홍철이 국내 아이돌 기획사를 돌아다니며 데뷔조와 연습생들을 모으고 다니는 프로그램이었다. 국내에 이렇게 많은 기획사가 있다는 것에 놀라고, 또 이렇게 많은 어린 친구들이 노력하고 있음에, 심지어는 데뷔 후에도 멀어진 관심 속에 힘들어하며 재기를 꿈꾸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사실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도 많았지만, 직접 소속사 연습실을 찾아가다 보니 느낌이 사뭇 달랐다. 으리으리한 건물에서 꿈을 키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지하 창고 같은 곳에서도 몇 년씩이나 연습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현실감이 더해지다 보니 다음편도 찾아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양현석이 끼 많은 친구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은 내가 이력서를 뒤져보는 과정과 비슷해 보였다. 지금 회사에서는 나도 고용자의 입장으로 면접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게임 업계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고 있음에 놀라고 있는 중이다. 수많은 이력서 중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찾는 과정이 데뷔 시킬 연습생을 찾는 티비 속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어렸을 땐 나만 잘하면 괜찮았다. 당장 그게 제일 급했으니까. 하지만 어느새 나도 후배들, 신입들을 남들이 봐도 좋을 정도로 훌륭하게 키워내는게 더 중요해진게 아닐까 싶어진다. 소속사 대표들이 자신의 연습생을 YG에게 보여주며 떨려하는 모습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