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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망한 면접, 그 이후

회사가 폐업 절차를 밟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 군데 면접을 진행하게 되었다. 같은 건물에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이직에 성공하면 환경이 크게 바뀌지도 않고, 이름도 있는 곳이라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곳이었다. 서류를 통과하고, 1차 실무면접까지 통과해 모든게 순조로워 보였다. 2차 면접은 한창 코로나 바이러스와 내부 일정 때문에도 몇 번이고 연기가 되어, 몇 주가 지난 뒤에야 진행할 수 있었다. 화상 면접으로 진행해야 했기에, 근처 스터디룸을 하나 빌려 준비를 하고 면접을 보았다.

결과는 폭ㅋ망ㅋ. 지금까지 봤던 모든 면접 중에 최악의 면접을 꼽는다면 바로 생각날 정도로 망한 면접이었다. 초반에는 면접이 괜찮게 흘러갔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질문들을 받는 과정에서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졌고 면접이 끝날 때 쯤에는 거의 패닉에 가까운 상태였다. 기본적인 질문에도 제대로 답을 못하고 뒤죽박죽 섞인 대답을 했다. 흑역사 하나 제대로 쓴 시간이었다.

이것 때문에 한동안 너무 괴로웠다. 나는 분명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왜 저렇게까지 밖에 못했을까. 자책하는 생각들이 계속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극복할 수 있었는데, 그때 많은 생각을 했던게 넷플릭스에서 즐겨 보았던 F1 레이서들의 이야기였다.

F1 경기는 리그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21 라운드를 여러나라를 돌며 경기를 치르고, 그 합산으로 최종 우승자가 가려진다. 그런데 아무리 최고의 레이서라도 모든 그랑프리에서 우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사람이 다음 그랑프리에서는 어이없는 실수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그랑프리를 꿋꿋히 준비하고 다시 순위권에 올려놓는 사람들만이 그 시즌의 우승자가 될 수 있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게 두 가지였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들도 실수를 한다는 것. 그걸 극복하고 다음 그랑프리를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인생에는 어차피 수많은 경기들이 있을거고, 난 이번 경기를 망한 것 뿐이다. 다음 경기는 더 잘 할 거고, 그게 진짜 내 모습이라는걸 증명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