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일상과 생각

우산 분실 사건

Update

– 10/5 사건 발생

– 10/15 진행상황 업데이트. 연락시 누가 연락했는지에 대한 정보 추가.

– 10/16 사건 해결!

– 10/20 해결된 상황 업데이트 


단순 해프닝으로 지나갔으면 좋았을 일이, ‘사건’이란 단어를 붙이기에 아깝지 않은 일로 커져가고 있는 것 같다. 일의 흐름과 대응했던 방법을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시간순으로 정리할 예정이며, 추가되는 경우 상단에 이력을 남기고 글은 시간순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그럼 시작!

#0 사건의 시작 – 토요일 새벽 2시 30분경

금요일 밤이었다. 회사 동료들과 모처럼 술자리를 가진 날이었다. 비오는 날이었기에 막걸리 집에서 1차를 즐겁게 마무리 하고, 2명이서 근처로 2차를 갔다. 내가 사용하던 우산은 가격대가 있는(판매가 95,000원) 우산이었기 때문에, 잘 챙기기 위해 우산을 자리로 가져가 내 옆에 두었다(1차로 갔던 곳에서도 옆에 두었고, 잘 챙겨나왔다). 메뉴판과 물을 받는데 점원이 우산을 앞쪽에 보관해 두겠다고 했다. 사람이 막 붐비는 상황도 아니었고, 또 보관해주겠다니 순순히 우산을 맡겼다. 두어 시간이 지나자 마감시간이 되어 결제를 먼저 했고, 조금 더 앉아 있다가 다시 한 번 마감시간이 되었다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려는데 내 우산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았고, 점원도 그 사실을 알아챘다. 연락처를 남겨주면 CCTV 확인 후 조치를 취해 주겠다는 말에 연락처를 남기고 가게의 우산을 하나 얻어 집으로 돌아왔다.

#1 첫번째 연락 – 나 -> 가게. 월요일 오후 8시경

주말이 지나 월요일 저녁이 되도록 가게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가게 정보를 검색해보니 일요일이 휴무여서 시간이 모자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뭔가 그래도 연락이 있어야 하는것 아닌가? 이야기를 들은 동생의 성화에 네이버에서 찾은 가게 번호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우산 분실 때문에 연락을 했다고 하니 바로 알아채고는 죄송하다는 말을 연거푸 하였다. 어떤 손님이 그랬는지 참 곤란하게 됐다며 서로 적당한 위로의 말을 주고 받았다. CCTV를 확인해서 다시 찾아보긴 할텐데, 우산을 구매할 수 있는 링크를 보내주면 조치를 취해준다고 했다. 내가 가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건 상황이었기에, 그럼 링크를 어떻게 보내드리면 될까요 물었더니 휴대폰 번호를 불러주려고 했다. 어차피 가게에 남긴 내 번호가 있으니, 그리로 문자를 보내주면 링크를 보내주겠다는 걸로 통화를 마쳤다.

우산을 원래 구매했던 곳은 품절이었지만,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아직 구매가 가능해서 양쪽의 링크를 보내주고, 배송받을 집 주소를 함께 보내주었다. 가게에서는 이때 우산의 가격을 처음 알았을 것이다. 사건 당시에는 나도 우산 가격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상황이 아니었고, 나중에 다시 구매할 수 있는지 찾아보고 난 뒤에야 정확한 금액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링크를 보내주니 CCTV를 다시 한 번 확인해보겠다는 답장이 왔고, 혹시 다시 구매해서 배송해주게 되면 알려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이 날의 대화를 마쳤다.

#2 두번째 연락 – 나 -> 가게. 목요일 오후 3시

화요일은 휴일이었고, 수요일은 평일이었다. 이틀이 지나 목요일 오후가 되었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진행 상황이 궁금해서 월요일에 문자를 주고 받은 휴대폰 번호로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려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남겼다.

#3 세번째 연락 – 나 -> 가게. 목요일 오후 8시 25분

저녁 시간이 되도록 답장이 없어 전화를 걸었다. 우산 때문에 연락 드렸다 말하니 영업시간이라 잠시 후에 다시 전화를 준다고 하였다. 잠시 후면 언제를 말씀하시는 거냐 물었더니 지금 영업중이란 말을 다시 한다. 그럼 영업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거냐 물으니 잠시 후에 다시 걸겠다는 말을 다시 한다. 대략적인 시간이라도 말씀 달라 하니 9시 전에 다시 연락 드리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기다렸다. 1분도 채 되지않아 바로 전화가 걸려오다가 벨이 한 번 울리고는 끊기길래, 실수로 걸린건가 하고 넘겼다.

20분 뒤에 다시 전화가 걸려왔고, 신호가 몇 번 울린 뒤에 전화를 받았다. 아까 내가 전화를 안 받아서 지금 다시 전화를 드렸다며 생색을 한 번 낸다. 그에 대해 별말 안하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거냐 물으니, 보안업체에서 내일 방문해서 CCTV를 확인할 예정이니,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게 대략 언제쯤일지 물었더니 확답하지 못하길래 그럼 보안업체에서는 몇 시쯤 오기로 했냐고 물었다. 오후 5시쯤 오기로 했다는 말에 알겠다는 말로 통화를 마쳤다.


일단 여기까지가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날이 바뀌었으니, 이제 오늘 밤이 되면 사건이 벌어진지 1주일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가게는 대체 무엇을 했던걸까? 보안업체와의 일정 조율이 늦어져 내일이 되어야 업체가 방문할 수 있었다? 만약 애초에 그런 상황이었으면 그런 사실을 나에게 인지시켜야 했다. 1주일이 되도록 내가 들은 것은 조치를 취하겠다, CCTV를 확인하겠다 는 말은 있었지만 조치를 취했는지, CCTV는 확인 했는지 그 어떤 것도 듣지 못했다. 답답해진 마음에 먼저 연락을 한 뒤에야 정보를 들을 수 있었고 그 과정도 깔끔하지는 못했다.

CCTV를 확인한 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지 예상해 보았다.

가정 1. 우산을 가져간 사람을 찾았고, 가게에서 아는 사람이다.
=> 아는 지인이 가져갔다면, 그 사람에게서 우산을 받고, 그걸 다시 나에게 보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당히 시간을 잡아먹을 것 같은 일이다. 가져간 사람으로부터 우산을 받는데 또 시간이 하염없이 걸리기 시작하면 스트레스가 또 심해질 것 같다.

가정 2. 우산을 찾지 못했다. 모르는 사람이 가져갔거나 확인할 수 없었다.
=> 가게에서 우산을 다시 구매해서 배송해 주거나, 우산의 금액을 입금해주는 해결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가장 빨리 해결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가정 3. 시시비비를 따지기 시작한다.
=> 정말 피곤해지는 상황이다. 내가 잃어버린 우산이 그 우산이 맞는거냐부터 시작해서 온갖 트집이라거나, 딴지를 거는 상황이다. 제일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 한 곳에서 이런 일이 생기고, 또 질질 늘어지고 있는 것이 영 불편하다. 아무쪼록 깔끔한 편에서 마무리 되기를…


#4 네번째 연락 – 가게 -> 나. 금요일 오전 10시 40분경

오전에 왠일로 먼저 연락이 왔다. ‘카드사에 말해두었다. 이번주까지 늦어진다면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카드사에 대체 뭘 말해두었다는건지 궁금했다. 보안업체와의 확인은 5시라고 하지 않았던가? 무슨 의미인지 물어보았다. “카드회사에 정보를 받아야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라는 답이 왔다. 재차 물었다.

나: “그러니까 가져간 사람을 찾았고, 그 사람이 결제한 정보로 카드회사에 문의했다는거죠?”
가게: “네네”

무슨 설명을 이렇게 하나… 어쨌든 이번주까지 뭔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카드사에서 고객 정보를 쉽게 주려나?란 생각에 늦어질 것을 대비해서 계좌번호를 미리 알려주었다. 뭔가 업데이트 되는 상황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말과 함께.

#5 다섯번째 연락 – 나 -> 가게. 월요일 오후 6시

입금된 내역도 없고, 연락도 없다. 진행상황을 묻는 문자를 남겼다.

#6 여섯번째 연락 – 나 -> 가게. 월요일 오후 8시 30분

문자에 대한 답장이 없어 전화를 걸었다. 주말이 껴있어서 카드사에서 확인이 늦어진다며 내일까지 알려준다 하였다. “아니 내일이면,” 하는데 “내일 점심까지 알려 드리겠습니다”하며 빠르게 마무리 한다. 욱하는 마음 한 번 참고 끊었다. 내일 대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근데 아니 대체 왜 매번 내가 연락해야하는건데?


#7 일곱번째 연락 – 가게 -> 나. 화요일 오후 12시 13분

점심때 연락을 준다더니 맞춰서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라고만 왔길래 무슨 말을 하려나 하고 기다렸더니 말이 없다. 내가 답장을 하자 그제서야 내용을 이어갔다. 카드사를 통해 정보는 받았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내게 입금하고 연락을 준다고 했다. 드디어 해결되나 싶다가도 언제 입금해주려나 싶어 바로 입금해주냐고 물었다. 그렇다는 말에 잠시 기다려봤는데 소식이 없다. 미리 알려준 계좌로 95,000원을 입금하면 된다고 문자를 보냈다.

#8 여덞번째 연락 – 나 -> 가게. 오후 2시 50분

점심을 먹고 회사일을 하다가 잠시 조회해봤는데 아직 입금되지 않았다. 바로 입금해준다고 하지 않았나? 아직 입금되지 않았는데 언제 할 예정인지 문자로 물어보았다.

#9 아홉번째 연락 – 나 -> 가게. 오후 6시 44분

마지막까지 진상이다. 이젠 화도 났다가 안 났다가 한다. 저녁 시간까지 입금도, 소식도 없어 전화를 걸었다. 보안카드를 안 가져왔다며, 오늘 안으로는 꼭 입금하겠다 한다. 기대가 없어서 그런지 화도 안 나서 알겠다고 했다. 답장을 못 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 같았다가 내가 그냥 알았다 하니 말을 중단하고 통화를 마쳤다.

#10 열번째 연락 – 동생 -> 가게. 7시 15분경

동생이 아직도 안 받았냐며 내게 물어보다가, 내가 좋게좋게 얘기하니까 질질 끈다며 동생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 옆에 있지 않아 그 사실을 몰랐다가, 통화가 끝나고서야 나에게 카톡으로 알려줬다. 동생이 전화해서 대판 싸웠다고 했다.

자세한 과정은 모르겠지만 동생이 중간에 말을 끊고 전화를 끊자 다시 전화를 걸어와서는, 기분 나쁘게 왜 끊냐, 소송 걸려면 걸어라, 신고하려면 해라,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배상 안 할 책임 찾을거다, 그냥 가만히 기다리면 줄텐데 왜 그러냐 이런 식의 말들을 했나 보다. 아니 내가 그동안 다 참아줬는데 동생이 한 번 성낸 걸로 이런 말들을 할 처지인가? 다신 상종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11 해결!! – 오후 7시 21분

드디어 가게에서 입금을 해줬다. 동생이 전화한 후 바로 넣어주니 역시 진상을 부려야 일이 빨라지나란 생각을 안 할 수는 없더라.


아오 지긋지긋 했다. 사건 당일 우산을 잃어버린 것 외에는 나름 괜찮은 시간을 보냈던 곳이라, 이번 일이 잘 마무리 되면 다시 찾아갈 생각도 있는 곳이었다. 근데 연락처를 남겨도 연락이 없어, 문자를 남겨도 답장이 없어, 해준다는 일도 소식이 없었다. 그나마 전화는 그래도 잘 받아서 다행이었다. 이 과정을 지켜본 내 주변인들은 그 가게는 절대 안 간다며 치를 떤다. 무슨 사회 초년생도 아니고 대응을 이딴 식으로 하는지 원… 결국 씁쓸한 뒷맛이 남는 마무리였다.

Categories
일상과 생각

이어폰 분실

요즘 이어폰이 안 보여서 집 어딘가에 있겠거니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였다. 그러던 와중에 가방을 다시 살펴보다 한쪽 이어캡만 발견… 분실이 확실시 되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잃어버린 날은 며칠 전이었을텐데도, 그걸 깨닫는 순간에서부터야 상실과 슬픔의 감정이 시작된다. 상실의 상대성이론이라고 해둘까.
다시 그 이어폰을 사려고 생각중이다. 누가봐도 애플빠인 것처럼 이번에도 애플 인이어… 쓰는 동안 만족했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을 찾기보다 다시 돌아가는 선택을 하게 된다. 문득 사람 사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