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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원두 갈기는 어려워

모처럼 느즈막히 일어난 일요일이었다. 친구들 만나려는 약속은 다음으로 미뤘고, 오늘은 밀린 일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집에 누워있는 강아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목욕을 시켜야 할 타이밍이었는데, 마침 날씨가 제법 풀린 것 같아서 오랜만에 산책을 시켜주기로 했다. 산책줄을 꺼내자 쏜살같이 달려나와 매달리는 대박이(개 이름). 오랜만에 산책을 시켰더니 기쁨의 크기만큼 대박이의 체력이 따라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 속도가 느렸으니까. 날씨 풀리면 좀 더 자주 데리고 나가야지.

산책과 목욕을 끝내고 나니 한 달 즈음 전에 받은 커피 원두가 보였다. 블루보틀에서 가져온 원두였는데 집에 그라인더가 없어서 향만 맡는 중이었다. 근처 커피숍에 갈아줄 곳이 있을까? 송리단길이 뜨면서 카페는 많이 생겼지만 그만큼 까다로워졌을것 같았다. 우선 가까운 곳부터 하나둘씩 시도해보았는데 결과는 역시나 거절. 그라인더에 카페에서 쓰는 원두가 아닌 다른 원두가 섞이면 청소도 힘들고 서비스에도 지장이 있을테니 거절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걷다 보니 스타벅스까지 가게됐다. 스타벅스는 원두 그라인딩 서비스를 무료로 해주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는 그래도 되지 않을까 하고 원두를 보여줬는데 이런! 완전 밀봉된 상태로 가져온 원두가 아니면 해줄 수 없다고 한다. 결국 원두 갈기는 실패. 혹시나 하고 부모님이 계신 용인집에 물어봤더니, 오래된 그라인더가 하나 있다고 한다. 마침 구정 설 연휴가 다가오니, 그때 가져가서 다 같이 커피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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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사랑입니다.
커피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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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날아온 친구의 소식

스위스에서 날아온 소포
스위스에서 날아온 괴(?) 소포

회사에 있던 시각, 집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해외에서 소포가 왔다는 소식이었다. 해외에서 날아온 낯선 물건에 당황한 할머니. 뉴스에서 요즘 테러에 대한 소식이 많아 혹시나 싶으셨나보다. 다행히 이건 세계여행 중에 있는 친구가 보낸 반가운 소식이었다.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유럽으로 건너간 그녀. 어떤 소식과 물건을 보낸걸까 궁금해하며 소포를 조심스럽게 뜯었다. 폭발할까봐 조심했던건 물론 아니다.
친구의 소식과 안부가 담긴 엽서. 그리고 에티오피아 커피!
친구의 소식과 안부가 담긴 엽서. 그리고 에티오피아 커피!

오랜만에 받아보는 친구의 엽서. 게다가 보내온 장소가 지구를 반바퀴나 돌아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기분이 묘하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나 연결되어 있지만 여행 중 짬을 내어 손글씨로 또박또박 적어내려간 엽서는 카톡! 소리에서 얻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친구가 보내온 선물은 그 유명한 에티오피아 커피! 스타벅스나 동네 카페로 가면 원두콩을 갈아줄 꺼라는 정보까지 세심하게 알려주는 친구의 배려가 고맙다. 일과 취미, 꿈 사이에서 맹렬한 고민을 하면서도 잘 해나가고 있는 그녀. 그런 사람이 나와 가까운 사람이라는게 나도 참 큰 복을 가졌구나 싶다. 서로에게 부끄럼 없는 친구가 되도록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나가서 한 번 꼭 봐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