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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alking all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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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올 때마다 보는 장면. 무슨 할 얘기가 그리 많을까.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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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축구 찾아 동네유랑기

최근 몇 년간은 고정된 축구팀에서 활동을 했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모이고, 정해진 시간동안 차고, 헤어지고. 고정팀은 시간이 지날수록 짜임새있게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더 옛날에 찼던 방식이 그립기도 했다. 더 어렸을 때에는 그저 주말 오후 시간이 되면 공 하나 들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공을 들고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기술들을 연습해 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갖고 놀다보면 어느새 운동장엔 사람이 많아져 있었다. 적당히 사람이 모였다 싶으면 즉흥적으로 팀을 나눠서 시합을 했다. 연령대도 어리게는 중학생부터 많게는 50대 아저씨까지 다양했다.
‘와 저 아저씨는 저 나이인데도 왕성하시네’
‘와 요즘 중학생은 기술이 정말 좋네’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나이대의 사람들과 공을 통해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게 매력적이었다.
저번주 주말엔 문득 그 시절처럼 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전거를 타고 동네 운동장들을 쭉 둘러봤다. 마침 인조잔디가 깔린 중학교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옆에서 축구할 준비를 하고 있으니 공 차러 온거면 같이 차자고 해서 흔쾌히 참여했다. 다른 사람들끼리 시합 중 일어난 다툼으로 길게 차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은 보았다고 할까.
오늘도 장비를 챙겨 그 운동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아뿔싸, 토요일은 유소년 축구교실이 있는 날이었다. 운동장에선 공을 차는 아이들이, 벤치에는 그것을 구경하는 엄마들이 가득차 있었다. 하는 수 없이 한쪽에서 컨트롤만 이것저것 해보고 돌아왔다. 시간대를 조금 바꿔서 와보면 좋을 것 같았다.
이 2주간 나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일은, 집에 쓸만한 공이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저번주에는 바람이 새는 공을 모르고 들고 나갔고, 오늘은 지난주만큼은 아니지만 공의 모양이 변형돼 제대로 나가지 않는 공을 챙겨갔다. 예전에 친구들과 같이 공을 찰 때는 늘 내가 공을 관리했기 때문에, 그런 나에게 축구를 할 만한 공이 없다는 사실은 쇼크였다.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싶다.
조만간 축구공을 사러 돌아다녀야겠다. (기승전지름신의 좋은 마무리)

Finale 12 Capitano Chelsea FC Ball(출처: 아디다스 UK)
첼시팬은 아니지만… 최근 눈에 들어온 첼시 유로파 우승기념구 – Finale 12 Capitano Chelsea FC Ball(출처: 아디다스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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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걸음을 천천히

산책이 아닐 때에는 걷기에만 집중하는 편이다. 어떻게든 빠르게 원하는 곳에 당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람들 사이는 돌 사이를 지나가는 강물처럼 부드럽게 지나가려고 애쓴다.
그러다보면 바로 눈 앞에 있는 멋진 장면들을 무심코 지나칠 때가 많다. 남들이 찍은 감성적인 사진을 보면 분명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인데, 빠르게 걷다 보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설령 보았다 하더라도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올 것인마냥 걷기를 계속해버린 때도 많았다. 나중에 돌아와보면 역시나 그 풍경은 이미 사라지고 없고.
요즘은 나도 남들처럼 감성사진을 많이 올리고 싶어졌다. 예전보다 걸음에 덜 집중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꽤 괜찮은 풍경이라고 생각해도 막상 찍어보면 별로이거나, 휴대폰 카메라의 한계를 보여주는 경우가 아직은 많다. 건진 사진은 하나도 없지만, 동네를 바라보는 시선은 확실히 바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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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Culture) 음악(Music)

[음악] The Loner – 얄개들


가끔 쓸쓸한 기분이 들 때면 듣는 노래. 스티키 몬스터즈랩의 귀여운 캐릭터들을 볼 수 있는 뮤직비디오는 그저 넋놓고 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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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Culture)

우화의 강

늘 가는 곳에서 또 좋은 시를 발견하여 옮겨쓴다.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을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결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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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마음을 곱게 써야 하는데

마음을 곱게 써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어딘지도 확실치 않은 곳들에서 알게 모르게 쌓였던 불만들은, 어느새 큰 덩어리가 되어 내 머리와 몸을 감싼다. 애써 억누르며 밝게 살아가려 해보지만 결국 뭐 하나 걸렸다 싶었을때 ‘짜증’, 혹은 ‘싸가지 없음’이란 이름으로 분출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건 무작정 분출하는게 아니라,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일을 요구 당할 때라는 점.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곱게 써야 하는데.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방법은 내가 상대보다 우월함을 뽐내는데 있지 않고, 상대방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해하고 포용하는데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알게 뭐야. 나는 성인군자가 되려는게 아니라고!!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짜증을 좀 분출하고 잠시나마 통쾌한 기분을 맛보겠어.
(왠지 스타트렉의 커크/스팍이 된 기분이다. 언젠가 적당한 밸런스를 맞추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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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Culture) 음악(Music)

콩떡빙수와 러브 레시피


콩떡빙수 – 악동뮤지션
악동뮤지션은 노래를 참 건전하고 밝게 잘 만드는 것 같다. 듣다보니 당장 파리바게트에 달려가서 콩떡빙수를 주문해야 할 것만 같아!

러브 레시피 – 클래지콰이
이 곡도 이제서야 들은 곡인데, 너무 달달하고 좋다. 가사 하나하나가 일품이다. 목소리는 또 어찌나 좋으신지… 애인 생기면 꼭 마주보고 같이 듣고 싶은 곡이다(애인발견 – 자우림도 그런 곡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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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ircuit Lay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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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마침 주차된 차도 없길래 찰칵. 그냥 지나치려다 나중에는 찍고 싶어도 차가 있어서 못 찍는 상황이 올까봐 발걸음을 돌려 찍고 갔다. 수고로움을 한 보람이 있었다!
제목으로 여러가지를 생각했는데 결국 떠올린 것은 Circuit Layout… 공대여 영원하라. (사실 컴퓨터 전공이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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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Culture) 영화(Movies)

[영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2013)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지만 난 마음에 드는 편. 물론 인물들의 심리적인 묘사는 좀 부족했다는 생각이지만, 원작에 쓰여진 문장들을 충실히 영화에 담아내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특히 개츠비의 저택에서 이루어지는 파티 장면은 감독이 공을 많이 들였구나 느껴질 정도. 영화를 보는 내내 책으로 읽으면 더 맛있게 읽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게 영화로서는 아쉽다는 뜻이 아닐런지.
(아래로는 어쩌면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릅니다)

The Great Gatsby, 2013
The Great Gatsby, 2013 (출처: HDofWallpapers.com)

과거 사랑했던 여자가 찾아오리란 기대만으로 돈을 펑펑 쓰면서 파티를 해온 개츠비. 그냥 직접 가서 만나면 되자나! 할지도 모르지만 그러지 못하는 심정은 오죽할까. 영화를 볼 땐 몰랐는데 어제 홀가분한 일을 겪고 나니 뒤늦게 개츠비에 감정이입이 되버렸다. 개츠비처럼 화려한 파티를 벌일 돈도, 공간도 없지만.
내 생각에 개츠비는 행복한 사람이었을거다. 늘 긍정적으로 미래를 그리며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기 때문에 살아가며 후회는 없지 않았을까? 물론 개츠비가 가졌던 순수한 사랑이 마지막에 가서는 집착으로 변해버렸고, 그가 최후에 겪은 일 또한 객관적으로 봤을때 불행하기 짝이 없을지라도.
+ 영화를 보고 난 뒤,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과거로 날아가 피츠제럴드를 만나고 싶었던 건 나뿐이었을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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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홀가분

이뤄졌으면 싶었던 일이 있었는데 결국 무산되었다. 힌트를 주자면 제갈공명을 찾아가는 유비현덕에 비견될 상황. 그러나 나는 유비가 되지 못했다. 제갈공명은 (내 입장에선) 좀 더 재야에 남는 쪽을 택했다.
그동안은 사실 마음이 싱숭생숭 했다. 내가 원하는 방향과 상대방이 원하는 방향이 같은지 아닌지를 계속 염두에 두어야했기 때문에.
서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패를 보인 지금은 아쉬우면서 아쉽고 또 아쉽지만 홀가분하기도 하다. 이런저런 노력 끝에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그럼으로써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