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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모임에서 찾아온 현자타임

작년부터 함께한 오픈채팅 모임이 있다. 1년 4개월 정도를 함께 했는데 절반 정도는 운영진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송파구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모임인데, 수지로 이사한 이후에도 송파쪽에서 많은 모임을 가지며 지내왔다. 그러다 어제 방장에게서 운영진에서 내려와 달라는 요청을 들었다.

방장은 열정 많은 친구지만 고집스러운 면도 있었다. 룰에 대한 강제성도 강한 편이었고. 그런 그 친구의 기준에서 내가 좀 느슨하고 자유롭게 룰을 적용한 부분에 대해서 불만이 그동안 많았던 것 같았다. 룰 적용을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방향을 따라가려고 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몇 개의 예시를 들며 나에게 얘기를 했고, 나름 해명과 나의 입장을 얘기했지만 맘을 돌리진 못했던 것 같다.

운영진으로서 다양한 모임 아이디어를 생각만 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불만도 얘기했다. 결국 나는 말만 했고 다 자기가 실행하지 않았냐며 하소연 했다. 그에 대해서도 나 나름의 조사를 했었고, 내가 접했던 상황을 어필했지만 그는 이미 마음을 굳히고 나에게 말을 꺼낸 것 같았다. 내가 그동안 했던 다른 것들은? 다른 운영진들보다 내가 못했나 생각해보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뭐 이건 내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로 자기 생각을 따라갈 사람을 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운영진 중 한 명으로써 내 생각을 어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때문에 그와는 의견이 다를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도 결론이 내려지면 나름 그걸 따라가려고는 했었던 것 같은데.

나도 언젠가는 운영진에서 내려오고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형태가 될지는 몰랐다. 나름 애정을 갖고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결과가 이거였나.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현자타임이 찾아왔다.

지금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연인 혹은 썸 타는 상대가 갑자기 “우린 친구가 좋은 것 같아”라고 선언한 상황인 것 같다. 나는 애정이 있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상대가 거리를 두자고 말한 듯한. 이미 결정을 내리고 대화하는 상대에게 해결책이 있을까? 그동안 운영진으로 잘 해줘서 고맙다고, 앞으로도 방에서 꾸준히 봤으면 좋겠다며 악수까지 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운이 좀 빠지는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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