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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백수 3개월차의 감상

2020년도 어느새 절반 가까이 지났다. 연초에 터진 코로나로 혼돈의 전반기였다고 할 수 있을까. 나도 회사를 떠나 다음 행보를 준비한지 어느덧 3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들었던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해보려고 한다.

시간

그동안 쉬면서 좋았던 점은 시간을 정말 많이 쓸 수 있었던 점이다. 그동안은 회사-집을 반복하면서 쓸 수 있는 시간이 극히 한정되어 있었는데, 평일 낮시간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위로금과 실업급여 덕에 금전적인 여유가 있어 생긴 귀중한 시간,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회사에 재취업보다는 앱개발하는데 시간을 써보고 싶었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문제는 주변 사람(특히 할머니)도 나의 시간을 자주 요청한다는 점이다. 할머니 모시고 병원 가는 일이야 지금 상황에서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자잘한 것들까지 다 챙겨주려다 보니 개인적으로 쓰려고 했던 시간마저 방해받아서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도 금전적인 여유와 함께 쓸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점은 무척이나 큰 여유를 준다. 시간 많은 사람이 진짜 부자가 아닐까.

컨텐츠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번에 느낀 것은 컨텐츠를 소비하는데 들이는 시간과 컨텐츠를 만드는데 들이는 시간의 구분이었다.

남들도 다들 그랬듯이 자유시간이 많아졌을때 나도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넷플릭스를 보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남들이 만든 컨텐츠를 소비하면서 보냈던 것. 이런 시간들은 쉽고 즐겁긴 하지만 어느 순간 공허함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런데 나의 컨텐츠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시간들은 오히려 시간이 모자라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앱개발은 말할 것도 없었고, 요리를 하는 것도 시간이 잘 가는 일 중 하나였다. 나만의 것을 쌓아가는 시간들을 충실히 보내고 난 뒤에야 남들이 만들어낸 컨텐츠들을 더 잘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미래

앱개발이란 분야를 두드려보고 있지만 경제적인 고려가 크게 들어가있진 않다. 단지 내가 자주 쓰는 앱이 더 이상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고, 내가 가려운 부분들을 내가 긁어보고 싶어서 만드는 중이다. 그 이후에는? 다시 취업을 잘 할 수 있을까? 그런 마인드의 준비는 되어있나? 요즘은 중간중간 이런 생각들도 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너무 느슨한 계획을 갖고 있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다만 위안을 삼을 포인트가 있다면, 나를 위한 시간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나는 나를 좀 더 이해하는 중이고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라는 점은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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