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대한 욕심

요즘 무라카미 하루키의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를 읽고 있다. 하루키가 세계 각지에서 경험한 일들을 정리한 여행 에세이랄까. 보스턴, 그리스, 아이슬란드 등 다양한 곳을 지나 뉴욕의 재즈클럽 편을 읽었다.

재즈클럽하면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태국의 ‘색소폰’이다. 태국을 여행하며 마지막 두 밤은 늘 그곳에서 마무리를 했다. 즐거운 음악과 맥주, 분위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하루키의 책에서는 ‘빌리지 뱅가드 Village Vanguard’란 곳이 소개되어 있었다. 백년 가까이 된 건물에서 어떤 뮤지션이든-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같은 출연료를 지급하는 곳. 취향과 방침이 확고한 주인. 그런 곳은 여행자 입장에서는 실패하기 힘든 곳일 것이다.

문득 나도 이런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사람들과 함께하고, 나의 가족들과 함께 경영하고 싶은 곳. 역사가 깊어지고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나에겐 축구를 컨셉으로 한 맥주펍이 더 어울릴 것 같지만, 재즈클럽 쪽에 욕심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 했던가. 서울에서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진다는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모임을 할 때 잠시 공간을 임대해주는 곳도 생겨나고 있지만, 역시 내 취향대로 꾸미고 추억을 쌓아갈 수 있는 공간이 욕심나는건 어쩔 수 없다. 내 것을 갖기 힘들다면 공동의 것이라도.

친구들아, 누구든지 빨리 성공해서 공간 하나만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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